하드 용량이 부족해서 파일을 지워가며 여유 공간을 확보하던 게 이제는 옛일이 되었다. 이제는 클라우드에 올리기도 쉬워졌고 스마트폰 속 저장 공간도 점점 기본이 백 기가바이트를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공간에 대한 제한이 없어지다 보니 드는 생각은 뭐가 중요하고 아닌지 취사선택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뭐든 저장할 수 있으니 무분별하게 저장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정보나 기억은 저 구석에 처박혀서 빛을 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디지털 풍화로 인해 작품 원본에 대한 인지 부조화를 사람들이 느낀 것처럼 우리의 삶도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구분을 점점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약간 걱정이 되었다.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다. 그 반면에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을 빨리 배우고 적응할지보다, 어떤 것을 버리고 취할지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약 만 개의 ‘우유 따르는 소녀’ 버전이 퍼져있어도 진짜 원본의 색감과 질감은 암스테르담에서만 느낄 수 있듯이 말이다. 이제는 <구글 아트 앤 컬쳐> 같은 앱이 있으니 꼭 현지 박물관에서 봐야지만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항상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시기 지난 지식을 가지고 끝까지 진짜라고 우기는 사람으로 시대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 :

1) 디지털 풍화 레전드.jpg, 에펨코리아 (링크)

2)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응답하라 1988>

Written by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