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 시대이지만 여전히 혼자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바로 자신을 안아주는 일이다. 우리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반가운 마음으로 껴안는다. 기쁘거나 슬플 때, 추울 때, 사랑을 표현할 때도 다정하게 안아줄 수 있다. 체온이 전해주는 감동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하기도 한다. 기분 좋은 접촉은 친밀감과 연대감, 애정과 격려의 표현이 된다.

촉각은 태내에서부터 발달하는 첫 번째 감각이다. 피부는 2제곱 미터에 이르는 신체에서 가장 큰 기관으로 외부와 내부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신의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아이는 접촉을 통해 면역력을 키우며 누군가가 자신을 다독이며 어루만져 준 경험을 통해 사랑을 알게 된다. 청소년과 성인이 되어도 접촉은 필요하다. 접촉이 없으면 모든 사물과 사람에게서 배제되었다는 비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한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면서 미각과 후각, 촉각 같은 근접 감각이 아닌 시각과 청각 같은 원격감각에 익숙해지고 있다. 접촉의 부재로 많은 현대인이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면서도 깊은 관계 맺기를 꺼린다. 서로 친밀해지고 싶으면서도 다가가지는 못하는 모순된 심리 상태로 상처받기 두려운 마음이기도 하다.

포옹하는 사람의 심박 수는 더 안정적이다. 포옹이 심리적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생길 수 있는 일부 우울증도 포옹으로 예방할 수 있다. 포옹은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해 헌신과 신뢰감을 충만하게 한다. 인간애는 온기를 주고받는 접촉을 통해 생겨난다. 아무 대가 없이 지나가던 사람과 포옹을 하는 프리허그 캠페인의 감동도 이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는 포옹을 전문적으로 하는 ‘커들리스트’ 라는 곳도 있다. 고객 의뢰가 오면 직접 방문해 따뜻한 포옹과 위로를 전한다. 전문 교육과정을 수료한 포옹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벼운 포옹부터 꼭 끌어안기, 안고 누워있기, 포옹하면서 대화하거나 어루만지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이상의 접촉은 금지된다. 미국에 10여 곳의 업체가 있으며 예약자는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외로운 사람들과 함께 산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플워커’라는 곳도 있다. 산책할 때 고객과 나눈 대화를 발설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외로운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직업이 생겨나고 있으며 서비스 이용 고객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비대면 생활에 익숙해진 세대라면 대면 소통에 더욱 서툴고 불편할 수 있다. 비대면 기기와 서비스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노년층과 빈곤층 또한 있다. 혼자일 때 더 취약한 사람들에게 접촉은 절실하다. 마주하는 친절과 온기는 여전히 필요하며 중요하다.

참고

1) 책 <1인용 인생 계획>

2) 이미지 출처: 타임즈, OCN (링크)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