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 처음에 이런 아이디어를 누가 냈는지 모르겠다. 요즘 돌아보면 깍두기는 거의 혁신에 가까운 수준이다. 어릴 적 동네 아이들과 함께 모여 노는 날이면 항상 ‘깍두기’ 한두 명쯤은 있었다. 규칙을 잘 모르는 어린 동생들이 주로 이 역할을 했다. 모두가 한 명이라도 소외되지 않게 서로를 챙겨줬던 기억이 있다.
어릴 적 우리는 어른들 말씀은 조금 안 들었지만, 그래도 잘 못 하는 친구를 챙겨주는 마음씨 따뜻한 아이였다. 하지만 자라면서 험난한 사회생활에 치이다 보니, 어느새 주변을 돌보지 않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주변 사람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어!’라며 자신이 만든 세상 속에 머물기 급급하다.
각자가 남을 돌볼 여유가 없다 보니 많은 사람이 외로움을 호소한다. 너무 외로워서 물건을 과하게 들이고, 인간관계에 집착하고, 보이는 모습에 더욱 신경을 쓴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깍두기’처럼 내가 잘 못 해도 너그러이 이해해주는 그런 사람을 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노래 가사 중 이런 구절이 있다.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 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눈을 맞춰야 해. 가끔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을 차갑게 대하진 않았는지 돌이켜보자. 다른 사람의 실수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어쨌든 우리는 험난한 세상 속에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다. 어릴 적 친구들과 마음을 열고 놀았던 것처럼, 어른인 우리도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
참고
1) 건전한 놀이문화, 깍두기문화가 있던 과거 한국, 네이트판 (링크)
2) 이미지 출처: 무한도전, MBC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