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에 저 반성문을 읽으신 부모님 표정은 어떠셨을까? 화가 단단히 난 상태에서 읽어도 피식하니 웃음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댓글에서도 이 엉뚱한 반성문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이처럼 유머는 사람의 마음을 녹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 때나 유머를 남발한다고 좋은 효과를 줄까? 지금부터 유머를 사용할 때 유의해야 할 점 3가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째, 웃음을 유발했느냐가 아니라 상황에 적합한지가 더 중요하다.

<유머의 마법>에서는 중요한 것은 웃음을 유발했느냐가 아니라 그 유머가 그 상황에 적합한지 여부라고 말한다. 아재 개그의 폐해는 이 상황에 적합한지보다 남을 웃기기 위해서’만’ 최선을 다해서가 아닐까? 웃음의 맥락을 잘 짚어야지 진정으로 유머러스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신동엽의 유머가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지 않으면서 듣는 이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이유도 이런 상황에 대한 적합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둘째, 재미는 마인드셋임을 기억한다.

현대인은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갤럽 조사에 응답한 166개국 140만 명의 ‘전날 웃거나 미소 지었다’고 응답한 비율을 살펴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미소 짓는 횟수가 23세를 전후로 곤두박질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75세쯤에 그 횟수가 다시 올라갔다고 한다. 이건 정말 흥미로운 데이터인데 앞서 이 글의 초반에 내가 반성문을 쓴 글쓴이의 부모님께서 웃지 않을까 예상한 게 빗나갈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재미가 마인드셋이라는 이야기는 상대가 기쁨을 수용하는 마음 상태를 가져야 유머가 통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머가 분위기를 풀어준다고 해서 억지로 상대에게 남발하면 역효과가 생긴다. 웃음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도 없는 분위기라면 마인드셋부터 바꿀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평소에도 자주 해보는 건 어떨까?

셋째, 유머의 핵심은 진실임을 이해한다.

웃음을 유발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평소에 듣던 것보다 더 솔직하고 직설적인 ‘진실’에서부터 나온다. 웃음을 공유하려면 비슷한 경험을 통해 진실을 공유해야 한다. 뭐가 재미있는지를 찾는다는 건 엉뚱하고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무엇이 진실인지부터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위의 글이 커뮤니티에서 많은 이들을 웃게 한 것은 황당할 정도의 솔직함과 일상적인 경험 공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잘못한 후 쓴 반성문이 이렇게 화제가 될 줄 글을 쓴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방식으로 부모님께 용서를 비는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 속상해하실 일은 되도록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도 어릴 적에 철없게도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간 적이 있다. 평소에도 별걱정을 안 하시던 터라 괜찮겠지 싶어 그랬는데 집에 오자마자 무뚝뚝한 아버지께서 눈물을 흘리시는 걸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모두 부모님 속을 썩이는 것만은 자중하자. 후에 피눈물 쏟지 말고…

참고 :

1) 술 취한 딸의 반성문.jpg, 에펨코리아 (링크)

2) 유머의 마법, 제니퍼 에이커/나오미 백도나스

3)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출사표>

Written by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