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영국 런던 일링에 사는 노동 계급 소녀들은 삶의 우선순위를 매겨달라고 했을 때 사랑, 남편, 경력을 순서대로 말했다. 1994년 같은 조사에서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을 순위로 매겼을 때는 ‘재미있는 직업’, ‘세상을 바꾸는 것’, ‘경제적 독립’이 상위권이었다. 사랑은 중간쯤이었고 결혼이나 부자 되기, 출산은 한참 아래에 있었다. 이런 항목에 아예 엑스 표시를 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요즘 소녀들은 예전과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소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방식이 모두 담겨있다. 지금 소녀들의 달라진 모습을 자세히 알아보자.
1) 길어진 청소년기
청소년기는 실제로 길어졌다. 서구 소녀들은 10살쯤 사춘기가 시작된다. 식습관이 나아지면서 사춘기 연령도 낮아지고 신체적 성장 속도가 빠른 흑인 소녀들은 사춘기 시작이 더 빠른 편이다. 아프리카계 미국 소녀의 25퍼센트가 7살부터 사춘기를 겪는다. 라틴계와 백인 소녀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성적 활동을 시작하는 나이는 점점 늦어진다. 10대 임신율은 전 세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교육 기간도 길어지고 관련 문제의 대응도 더 잘되고 있다고 본다. 청소년기는 연장될 여지가 많다.
2) 행동하는 소녀들
인터넷은 소녀들이 사회적 활동을 하는 무대다. 참여의 정도나 방식은 달라도 자신을 사회운동가 활동가라 생각하는 소녀들이 많다. 많은 사회문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코로나 보건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격분하기도 한다. 온라인과 학교에서 사회문제 관련 수업 진행을 요구하고 기후변화 내용을 교육과정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15살 때 했던 환경 1인 시위는 수백만 명의 운동으로 발전했다.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다른 이들도 계속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그들은 정체성과 잠재력을 공유한다. 소녀들에게 온라인은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행동하는 공간이다.
3) 여전히 편협한 시선
세상이 소녀를 대하는 방법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소녀들의 많은 것들이 확장되었지만 여전히 편협한 시선도 있다. 일부 소녀들에 대한 착취도 여전하며 사회는 소녀들을 나쁜 남자와 소셜미디어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규정한다. 소녀들은 소녀라서 싫은 점으로 외모와 신체와 관련한 답을 한다. 영국 아동협회는 많은 영국 소녀들이 무엇보다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여성적 소비문화에 대한 집착이 소녀와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준을 가지게 하고 거식증이라는 극단적인 증상까지 나타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4) 소녀답다는 기준
미국 캘리포니아의 13살 알리사는(Alyssa)는 소녀답다는 건 내 기준으로 원하는 만큼이면 된다고 말한다. 세상의 일부 변화는 소녀들의 활동을 더욱 확장시켰다. 스포츠를 즐기는 소녀는 정신 건강 문제를 덜 겪고 자기 몸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다. 소녀들은 온라인에서도 자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셀카를 찍어 올리는 것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얌전히 있어야 한다는 시선 사이에서 느꼈던 압박 대신 이제 당당하게 개성과 시끄러움을 선택한다. 그렇다고 사랑받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태도인 것이다.
5) 요즘 부모님
런던정경대 연구진은 취학 연령의 딸을 가진 아버지는 성 역할에 대한 전통적 태도를 적게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업무적 판단에서도 딸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부모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좋지 않게 여기지만 소녀들은 다르다. 서로 격려를 주고받고 정말 많은 여성이 여러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 영국의 정보통신 규제 기관인 오프콤은 인터넷이 가진 장점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고 걱정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에 퍼지는 시청 제한 영상이나 아이들을 노리는 범죄자들 때문에 부모는 딸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고 사용기록을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6) 소셜미디어 인식
남자아이 5명 중 1명이 온라인 묘사가 사실이라 생각하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4퍼센트만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가 자기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모든 묘사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케임브리지대의 에이미 오르벤(Amy Orben)은 소셜미디어 사용과 행복감 사이에 부정적 관계가 있다고 밝혀졌지만 그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발표된 최근 연구에서도 소녀들이 원래 가진 정신적 문제가 있을 때 소셜미디어 사용이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대부분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한다.
7) 소녀들의 우정
속마음을 털어놓는 특유의 친밀함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많은 소녀들에게 서로 귀중한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유선전화를 사용하던 과거에는 소통에 한계가 있었지만 휴대전화는 시간과 거리의 모든 제한을 없앴다. 소녀들은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친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여성의 우정이 남성의 우정보다 더욱 친밀하고 서로의 힘이 된다는 사실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요즘 거의 모든 소녀는 코로나로 힘든 점으로 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 아동협회가 10살에서 17살 사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보다 더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 자립 능력
요즘 소녀들은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 미온적이다. 하지만 개인적 목표와 세상에 대한 포부에서는 분명한 태도를 보인다. 자립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혼자 살더라도 곁에 친한 친구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좋은 교육을 받고 미래 계획을 잘 세우려고 하며 자녀를 부양할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덴버 소녀들은 경제적 독립을 중요히 여기면서 남성이 반드시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서부도시 볼더 소녀들 중 일부도 덴버 소녀들과 같이 파트너가 없어도 입양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소녀들이 많아졌다.
9) 소녀들의 롤모델
롤모델이 누구냐고 물으면 어머니라는 답과 그레타 툰베리 혹은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라는 답이 비슷하게 나온다고 한다. 사회는 소녀를 여전히 위험에 처한 존재 아니면 슈퍼우먼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기대치가 높으면 감수할 위험과 부담도 커진다. 하지만 작가 데보라 톨먼(Deborah Tolman)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여자 영웅들의 뒤에 있는 다른 지지대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요즘 소녀들은 좋은 일을 하고 멋져 보이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예의 바르고 친절하며 자신감이 넘쳐야 한다는 압박이다. 하지만 소녀들은 함께한다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가진다.
참고
1) <특별하지만 어려운, 이 시대의 소녀>, 북저널리즘 (링크)
2) 이미지 출처: 잘하고 싶어, 플레이리스트 오리지널 (링크)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