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을 돌아봤을 때 행복한 삶이란 후회가 남지 않는 인생이 아닐까 싶다. 후회는 계속해서 과거를 돌아보게 만들고 아쉬운 감정을 남긴다.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마주하고 나서야 후회되는 순간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는 것만큼 안타까운 순간이 있을까?

화사가 할머니의 흔적들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할머니와 헤어지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병원에서 본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보다 염습의 기억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염습할 때 비로소 할머니와의 이별을 실감했다. 모든 게 끝나고 할머니의 자리만이 빈 공간에서 그제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당연했던 게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살면서 후회가 남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삶의 가장 마지막 순간이 지금인 것처럼 상상해보는 일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하고 있는 걸까? 별것 아닌 일로 자존심을 내세우며 상처를 주고 있진 않은 걸까? 지나고 보면 생각도 안 날 하찮은 일에 시간을 보내느라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낼 시간을 미처 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초집중>의 저자 니르 이얄은 경제학개론 수업에서 ‘잔여 수익자’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잔여 수익자’란 기업이 청산되고 남은 건더기를 받는 사람을 뜻하는데 보통 받을 게 많지 않다고 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대접을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그들을 잔여 수익자처럼 취급하진 않았을까? 시간을 신중하게 계획하지 않으면 가장 소중한 이들을 가장 마지막으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된다.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이해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큰 후회를 불러오는 자세이기도 하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일부러 함께하는 시간, 후회 없이 마음을 표현할 시간을 내야 한다는 걸 반드시 기억하자.

참고 :

1) 할머니 없는 할머니 집에 간 화사, 에펨코리아 (링크)

2) 초집중, 니르 이얄

3) 이미지 출처 : 드라마 <나야, 할머니>, 드라마 <눈이 부시게>

Written by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