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의 한 초등학교의 가정통신문 내용이 비판을 받았다. 입학생 190여 명에게 보내진 통신문에서 ‘세상에는 필요한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 필요 없는 사람 세 종류의 사람이 있고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물어온 것이다. 한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학교에서 낙오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적절한 내용이 아니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논란이 되자 학교는 공지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으며 전체 맥락은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 되자는 뜻이었다고 전했다. 필요한 사람의 기준은 무엇이며 누가 정하는 걸까.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맥락은 무엇일까.

1) 평균의 함정

케틀레는 인간 특징에 대해 모든 평균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단순화해서 생각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평균은 타인을 정형화하고자 하는 인간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평균주의자들은 평균과 비교해 자신과 타인을 판단한다. 적정 수준이면 안도하고 그에 못 미치면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학교 교육도 효율을 앞세워 평균적 학생을 위한 표준화 교육에 맞춰져 왔다. 손다이크의 등급 중심적 교육은 아이들의 수행력을 분류해 평균을 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뒤처지는 학생은 제약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따라왔다. 그 안에서 개인적인 요소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 간과된 맥락

평균의 시대에서 많은 부모는 자녀가 일정한 기준에 맞게 성장하지 못할까 봐 초조해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건강이나 사회 경력이 평균에서 크게 이탈할 때 불안감을 느꼈다. 남들과 다른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기업이나 정부에서도 시스템을 중요시하며 유형이나 등급에 따라 기회를 부여했다.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편협한 특정 기대치를 따라야 했고 우리는 다른 사람과 같아지면서도 더 뛰어나기 위해 애써야 했다.

3) 개개인성이 중요한 진짜 이유

개개인성의 중요성은 강조되지만 정작 현실은 여전히 많은 부분 시스템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가 있다는 믿음은 학생들이 시험 결과나 성적에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 다른 길을 따르면 무모하거나 틀렸다는 말을 듣기 쉽다. 개개인성을 받아들이면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업무가 부진해 함께 일하기 힘든 사람도 개인의 행동 맥락에 따라 다른 분야에서는 자신의 힘을 발견하고 업무 능력이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 개개인성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실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4) 모두가 특별하다

평균적인 수치가 같은 두 사람도 개별적인 특성은 균일하지 않을 수 있다. 신체 치수부터 개인의 지능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특성을 단 하나의 등급이나 수치로 담아내긴 어렵다. 재능을 숫자로 요약해 평균과 비교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개개인성을 인정할 때 사람의 다양한 측면과 잠재력을 알게 된다. 자신을 이해하면 강점을 활용하고 약점은 개선할 수 있으며 삶의 통제력이 높아진다. 유념할 점은 개인에게 맞는 길이 아주 다양하거나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경우든 자신에게 유용한 하나 이상의 경로가 있다는 말이다.

5) 에르고딕 스위치

에르고딕 스위치는 개인을 평균과 비교하면 뭔가 중요한 것을 알아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개개인에 대한 실제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하고 무시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개인의 특성이나 유형을 평가하는 검사들이 인기 있는 이유도 누군가의 본질을 규정한 요소들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진짜 정체성을 알고 타인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동이 무작위적인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특성만으로 인간 행동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6) 맥락마다 다르다

사람은 상황마다 다른 성격을 나타내기도 한다. 맥락별로 기질을 다르게 사용하는 것을 쇼다의 연구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똑같은 공격성을 가진 아이라도 어른들과 있을 때 공격적인 아이가 있고 또래와 있을 때 공격성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 특성이 발동되는 상황이나 맥락이 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관련 실험에서 성실성이나 도덕성조차 맥락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별점이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맥락으로 설명된다. 사람은 모두 수줍음을 타고 각자 그렇게 되는 상황이 다를 뿐이다. 우리는 타인과 한정된 범위에서 교류하기 때문에 제한된 정보로 타인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모든 맥락을 이해할 수는 없다.

7)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는 법

우리에게 평균이라는 기준은 늘 따라다녔고 오래된 생각에서 벗어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들은 인재가 부족하고 기술격차가 벌어져 힘들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사고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직원과 직무의 맥락적 세부 사항에 신경 쓰며 맥락의 원칙을 적용하는 기업들은 직원의 다양한 기질과 직무의 조화를 이루어 낸다. 개인은 자신의 기질에 맞는 진정한 직업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이 빛날 수 있는 상황을 쉽게 깨닫게 된다. 시야를 방해하는 평균적인 요소를 없애고 개인만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8) 교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

부모와 교사 리더 등 타인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맥락별 기질과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인의 행동 이유를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타인에게 더 온정을 느끼고 타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개인의 성장과 발전 속도에서 더 빠른 것이 더 훌륭한 것은 아니며 가장 잘 맞는 경로도 개인에 따라 달라진다. 개인의 관점에서 성공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며 기회는 맞춤형이어야 한다.

참고

1) <필요 없는 사람 될래? … 동심 멍들게 한 가정통신문>, MBCNEWS (링크)

2) 책 <평균의 종말>

3) 이미지 출처: 스카이캐슬, JTBC (링크) 어쩌다 발견한 하루, MBC (링크)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