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쉽게 단정 짓는 것을 좋아한다. 그게 설명하기에도 편하고 이해하기에도 수월하다고 느낀다. 해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우리나라 사람의 특징을 보면서, 우리가 흔히 만들어내는 고정관념을 대할 때 가져야 할 3가지 자세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째, 과도하게 타인을 신경 쓰는 것에서 자유로워지기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인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라는 개념이 나온다. 시스템 1은 자동 시스템이라 부르기도 하는 빠르게 생각하기(thinking fast) 체계이고, 시스템 2는 숙고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느리게 생각하기(thinking slow) 체계다. 우리는 빠르고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을 내릴 때 흔히 시스템 1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시스템 2는 좀 더 시간을 들여 논리적 사고, 노력이 필요한 판단을 내릴 때 작동한다. 우리가 자신을 이성적이라고 생각해도 이 두 시스템은 자동으로 습관대로 작동하게 된다. 시스템 2만으로 모든 사고를 한다면 정신적 에너지가 금방 고갈된다. 그러니 이 두 가지 시스템의 분업은 매우 효과적인 체계라는 걸 알아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시스템 2로 사고하는 게 피로도가 높다는 데에 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일을 시스템 1을 사용하여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들을 강화하는 데 쓰게 된다. 과도하게 타인을 신경 쓰는 게 나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인지했다면, 그런 기분이 들 때 시스템 1을 사용해서 판단 내리지 않으려고 마음먹는 것만으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타인을 신경 쓰며 눈치 보는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좀 더 생산적인 데에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둘째, 양면성을 이해하기
유행에 민감한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유행하는 것들을 빠르게 파악해 그 패턴을 읽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세상에는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그러니 누군가의 몇몇 의견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 내리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셋째, 사람을 단정 지으려는 편향에서 벗어나기
인간은 쉽게 단정 지으려고 하고 그건 시스템 1의 영향이 크다. 우리는 종종 첫인상이나 편견으로 판단하고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그 편향에 갇히곤 한다. 한국인이 이럴 거라는 특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특정 국가 사람의 특징은 이럴 거라며 밈을 만들어내는 게 그 순간에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게 우리의 편향된 시각을 더욱 강화하는 매개체가 되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다수가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믿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하지만 우리 뇌의 인지적 한계를 인정하고 시스템 2로 내릴 수 있는 논리적 판단을 습관화시킨다면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을 자동으로 내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참고 :
1) 레딧에서 인기 글인 한국인 특징, 에펨코리아(링크)
2)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Written by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