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교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하는 ‘소확행’과 우리가 보통 인식하는 소확행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세계를 노래하는 사람으로 작은 행복 속에서 큰 우주를 느낀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작은 행복이 전부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 ‘진정한 나’로서 큰 세상을 살아보겠다는 꿈 없이 작은 행복에 그친다는 것이다. 최진석 교수는 이를 두고 자본주의의 부스러기를 받아먹으며 착각하는 나약한 태도라 말했다. 큰 생각 없이 작은 행복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작은 행복과 큰 생각을 연결하는 힘’이다.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한 8가지를 알아보자.

1) 질문을 통한 자각

사람은 질문할 때만 자기 자신이자 독립적 주체가 될 수 있다. 대답은 이미 있는 이론과 지식을 그대로 답하는 것이지만 질문은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다. 인생이 짧다는 것을 인식해 내가 누구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묻는 것이다. 이런 질문 없이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건 불가능하다. 좋은 질문 나쁜 질문이란 없으며 질문을 통해 자각할 수 있으면 된다. 외로움은 현실에 이미 있는 것들에 매달리며 남을 귀찮게 하는 것이고 고독은 내가 나로 존재하며 꿈을 꾸는 것이다. 온전한 내가 되면 궁금증과 호기심을 기반으로 세상에 개방적인 사람이 된다. 

2) 임시 치아 카벙클

어미 거북이는 알을 낳고 모래로 둥지를 덮어놓은 뒤 바다로 떠난다. 2개월 정도 지나면 새끼 거북이들의 알이 깨지기 시작한다. 새끼 거북이는 알 속에서 생존을 위한 무기를 만든다. 바로 ‘카벙클’(carbuncle)이라고 불리는 임시 치아다. 새끼 거북이는 무작정 가만히 있다가는 죽게 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래서 카벙클로 알의 내벽을 깬다. 우리 역시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신만의 카벙클을 만들어야 한다. 알을 깨지 못하면 좁은 세상에 갇히고 만다. 카벙클은 나의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도구다.

3) 심연에서의 수련

카벙클이 부서질 정도로 알을 깨고 나오면 다시 견고한 모래 덮개를 며칠간 뚫어야 한다. 모래 표면에는 밤에 올라와 바다까지 질주해야 하며 갈매기와 독수리가 공격할 땐 껍데기에 숨어야 한다. 바다에 도착하면 가장 아래 심연에 도착해 1년간 수련을 한다. 위협하는 물고기가 많지 않고 수압이 높아 등딱지와 배딱지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이다. 바다 거북이에게 생후 1년은 실종 기간이나 다름없다.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야 진정한 바다 거북이로 살아갈 수 있다. 1년이 지나면 떠다니는 미역으로 영양을 보충하기 시작하고 20년이 지나 어른 거북이가 되면 0.1% 확률로 고향에 돌아온다. 1,000마리 중 한 마리만 생존하며 대부분은 긴 여정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생존을 위한 수많은 선택과 깊은 단련이 필요하다.

4) 있는 그대로 나를 응시하기

생각은 자신의 경험 안에서 아무 노력 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내가 되게 하는 것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과 집이며 내가 만나는 사람과 책이다. 자기 변화는 그 모든 순간을 포착해 내 것으로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나만의 고유한 생각이 있다고 믿고 계속해서 찾아가야 한다. 외부의 기준이 아닌 나에게 진실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의 상황과 삶을 감사히 여기며 지금에 집중해 나만의 것을 알아가야 한다. 깨어있다는 것은 많은 지식을 알거나 남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 나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5) 모호한 상태를 인식하고 수용하기

나의 모호한 상태를 외면하지 않고 상황을 수용하며 나아가야 한다. 보잘것없는 환경에서 생겨나는 부정적 감정조차 나를 위한 굳건한 성장 발판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처한 낯설고 힘든 경계가 내 개성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심오한 장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삶을 인내하며 절망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완전한 나를 끌어안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에게 익숙한 것들을 없애고 진짜 나를 살려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6)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세상에 불편함을 느끼는 예민함이 있어야 한다. 무던한 사람은 창의적이기 어렵다. 사람은 시선의 높이만큼 성장할 수 있다. 예능은 생각하지 않아도 즐겁지만, 예술은 생각을 해야 쾌락이 생긴다. 생각하는 수고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분명히 있다. 우리에겐 지적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이미 있는 것들이 마음에 안 들고 불편하고 짜증이 나야 한다. 늘 생각하며 깨어있고 예민해져야 한다. 오래되고 안주하는 나를 극복해야 한다.

7) 심리적 준비

책은 지식 이상의 힘을 행사하는 도구다. 세계를 이해하고 통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장치가 책이다. 독서는 수련이 되어야 하며 우리는 탐욕스러울 정도로 지식욕이 있어야 한다. 도구에 빠져있기만 해서도 안 되며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도구를 사용하는 힘이 바로 내공이다. 내공 없는 지식은 답답하고 지식 없는 내공은 경박하다. 지식과 내공을 함께 증가시켜주는 일이 독서다. 어려워도 계속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내공이 커진다. 직접 읽고 항상 질문하며 이미 있는 것 이상을 꿈꾸는 삶을 살아야 한다. 지금 이상을 욕망하는 심리적 준비가 늘 되어있어야 한다.

8) 독서와 운동 중 더 중요한 것

인간이 성장하려면 하기 싫은 것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이 생겼을 때 공부와 운동 중 하나를 해야 한다면 운동을 먼저 하는 것이 낫다. 공부하고 남는 시간에 운동하면 인간이 완성되는 속도가 늦다. 운동을 먼저 하고 남는 시간에 공부하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진다. 핵심은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인데 공부는 다른 것을 만나는 일이다. 운동은 내가 나를 만나는 전면적인 활동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을 행사하는 지력이다. 운동이 신경세포를 빨리 자라게 해 지력을 훨씬 더 빨리 키운다. 명상과 스트레칭, 운동을 많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

1) <최진석 교수가 말해주는 자기 자신으로 사는 법>, 뉴스1 TV (링크)

2) 책 <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