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은 쌓여서 역사가 된다. 사진을 남기는 게 뭐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돌아보면 그 기록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매일 똑같아 보이는 하루라도 기록을 남기다 보면 일정한 패턴과 미처 몰랐던 습관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금부터 기록이 중요한 이유 3가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째, 기록은 치유의 과정이다.
일본 지식의 거장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에서 기록을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감정의 응어리들이 있다. 그걸 실제로 꺼내 보고 마주하다 보면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그저 글로 써보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어느 정도 풀리기도 한다. 글로 쓴다는 건 자신 안의 불안을 꺼내서 객관화하는 작업이기때문이다.
둘째, 기록은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사진을 찍어서 기록으로 남겨두는 이유도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글이든 이미지나 영상이든 기록은 그 순간의 감정을 장기기억으로 넘기는 역할을 한다. 추억을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습관화시키고 싶은 작업이나 아이디어를 기록한다면 훗날에 다시 꺼내어 보면서 다시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다. 기록한다는 건 생각의 깊이라는 끈을 계속해서 이어지게 만드는 작업이 아닐까?
셋째, 기록은 나를 위한 것이면서 타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나의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기록도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줄 수 있다. 35년간 5년에 한 번 친구들과의 사진을 남긴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구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언인가 생각해보게 만든다. 기록은 지극히 이기적이어도 되지만 그러면서 타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나의 하루 공부의 기록이 쌓여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나의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가 누군가에게 잊고 있던 꿈을 떠올리게 해주기도 한다. 기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자기표현 수단이다.
다섯 친구의 35년간의 기록을 보면서 나 역시 소중한 가족과 지인들과 어떻게 하면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촬영 스튜디오에서 찍는 것보다 이런 인간미 넘치는 사진들이 훨씬 기억에 남는 법이다. 오늘부터라도 의미 있는 기록을 위한 장기 계획을 짜보는 건 어떨까?
참고 :
1) 다섯 친구가 5년마다 35년간 찍은 사진.jpg, 루리웹 (링크)
2)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응답하라 1988>
Written by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