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건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세월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천천히 흘러가지 않는다. 70세를 바라보시는 나의 부모님도 19살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하신다. 나 역시 부모님이 40대셨던 게 엊그제 같은데 칠순을 곧 맞이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묘하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일본 할머니의 유머러스함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동시에 노년기에 대해 우리가 생각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직 다가오지 않을 미래처럼 느껴지겠지만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마지막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부터 우리가 ‘노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3가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째, 노년기는 또 하나의 시작이다.

<나이듦에 관하여>의 저자는 사람의 일생을 삼등분으로 한다면 노년기를 인생의 제3막이라 볼 수 있다고 말하며 이렇게 멋진 표현을 곁들인다. 노년기는 “앞의 두 차례 무대에서 보여 주었던 것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고민과 호기심과 열정 충만한 또 하나의 시작”이라고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공연의 3부 무대는 1, 2부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인생이 드라마와 같다면 그동안의 모든 노고가 치하되고 갈등이 해소되고 동요가 가라앉는 대단원이라고 해야 말이 된다. 현재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인생의 3막은 어떨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둘째, 노년기는 의미 있어야 한다.

길고 지루한 노년기를 보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은 지 오래되었고 이제는 100세 시대, 아니 그 이상의 수명연장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그 긴 시간을 돈과 건강에 전전긍긍하며 가난하고 불편한 몸으로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내가 어떤 일을 의미 있게 느끼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노년기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버린다면 새로운 선택지가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셋째,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3요소를 알아둔다.

존 W. 로와 로버트 L.칸은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3가지 요소를 자신들의 연구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되도록 아플 일이 없게 하고, 사회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신체 기능과 인지기능을 평균 이상 오래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 세 가지 모두 당장 노년기가 되어 챙기기 시작하면 늦는다. 투자하듯 장기적 관점에서 건강과 인간관계, 그리고 인지능력 높이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돈만 많다고 해서 노년기 삶의 질은 좋아지지 않는다. 돈도 있고 자식들도 다 잘 자랐지만, 남편과의 사별로 외롭게 지내시는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노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노년기에 필요한 3요소 외에 유머러스함과 호기심이라는 요소를 더하고 싶다. 나이가 들었다고 한정된 지식에 얽매인 고지식한 노인이 아니고 누구에게든 열린 마음으로 배우는 그런 사람 말이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보다 현재의 삶을 즐기고 여유 있는 어른이 되길 희망하는 사람들 모두 자신의 노년기를 한 번쯤 상상해보는 걸 권하고 싶다.

참고 :

1) 90살이 되어버린 할머니가 22살인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에펨코리아(링크)

2) 나이듦에 관하여, 루이즈 애런슨

3) 이미지 출처 : 드라마 <눈이 부시게> ,영화 <은교>

Written by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