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보통 하루에 1만 6천 개의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는 어딜 가든 자신만의 언어 지문을 남기고 각자 사용하는 단어에는 개인의 심리상태도 반영된다. 모호한 표현에는 주위와 대립하고 하지 않고 싶은 마음, 책임지지 않고 도망갈 준비를 해두고자 하는 심리가 숨어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 나이, 생각, 사회적 관계 등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단어를 사용한다. 실질적 의미의 단어보다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는 숨은 단어에 자신에 대한 것들이 더 많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사소한 단어에 담긴 5가지 심리에 대해 알아보자.

1) 회피하는 말

날씨가 어떤지에 대한 물음에 “춥다”라고 한다면 바깥 날씨가 춥다는 명백한 사실이 된다. 하지만 “추운 것 같다”라는 대답은 단순히 기온에 대한 대답이 아니다. ‘내 생각에’ 그렇다는 말은 상대의 의견이 다를 수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춥지만 내가 틀릴 수 있고 상대가 나와 다르게 느껴도 괜찮다는 뜻이다.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며 추위가 사실이 아닌 의견이라는 것을 알리는 표현이다. 사회적 관심이 클수록 이러한 회피성 말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

2) 정직할 때 사용하는 말

몇몇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의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더 겸손하고 정직해진다. 관련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주어진 질문지에 답을 해야 했는데 거울 앞에서 응답한 참가자들이 객관적인 자신의 정보와 질문에 더 정직하게 답했다. ‘나’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으며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인식해 동기를 얻기도 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도 감정적 주제와 관련해 자신의 진짜 신념을 말할 때 ‘나는’이라는 단어를 훨씬 많이 사용하며 자신을 많이 언급했다. 하지만 상대와 대화할 때 ‘나’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 은연중에 상대에게 복종한다는 암시를 줄 수 있어 약점으로 여겨질 수 있다.

3) 거짓말을 알아보는 법

그럴듯하게 누군가를 속이려는 사람은 수동표현을 사용한다. “실수했다”가 아닌 “실수가 저질러졌다”라는 식의 표현으로 책임을 모면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조동사로 어떤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걸 미묘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질문에 답을 회피하고 직설적으로 답하지 못한다. ‘약속하건대’와 같은 수행적 표현이 들어간 주장 역시 직접적인 단언이 아니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미세한 차이를 이용해 교묘하게 둘러댄다.

4) 행복할 때와 슬플 때

행복할 때는 특정 시간과 장소 같은 ‘구체적 명사’를 슬프거나 화날 땐 ‘인지적 단어’를 많이 쓴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경험을 말할 때 ‘우리’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대명사’는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에 따라 사용되는데 사람들은 감정과 신체적으로 고통스러울 때 ‘나’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슬픔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과 관련 있으므로 사람들은 다른 감정에 비해 슬프거나 우울함을 느낄 때 과거와 미래 시제 동사를 더 많이 사용한다.

5) 나이가 들수록 사용하는 단어도 달라질까?

관련 연구에서 1만 9천 명 이상의 블로거가 작성한 게시물을 모아 분석했을 때 10대는 인칭대명사와 짧은 단어를 자주 사용했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어려운 단어와 조사를 많이 사용했다. 17개 대학교에서 진행한 3천 2백 명에 관한 글쓰기 연구에서도 감정적인 주제로 글을 쓸 때 나이가 많을수록 긍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고 어릴수록 부정적 감정을 많이 표현했다. 나이는 8세에서 80세까지 다양했으며 힘들었던 경험과 고통을 표현할 때도 어린 사람이 암울한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다.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할수록 감정을 더 잘 다스리고 세상을 더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

1) 책 <단어의 사생활>

2)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청춘기록>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