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 시의회에 앤더 크리스틴슨 이라는 남성이 청원을 하러 왔다. 닭날개가 진짜 닭의 날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부드러운 닭날개 요리가 인기를 얻으니 비교적 저렴한 닭가슴살을 닭 날개 모양으로 만들어 메뉴로 내놓는 식당들이 생긴 것이다. 그의 청원은 여러 매체에 소개되면서 이름을 바꾸자는 해시태그 운동으로도 이어졌고 시의회는 전문가에게 물어 결정하기로 했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종종 소비자들을 속이고 소비자들은 쉽게 넘어간다. 매번 묻고 따지는 소비자조차 너무 당연하다고 여겨 피해가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다. 소비자가 의외로 놓치는 것들에 대해 알아보자.

1) 스팸 덮밥

정확하지 않은 표기로 문제가 된 국내 또 다른 경우로 스팸 없는 스팸 덮밥이 있다. 통조림 햄을 통칭하는 정확한 표현은 ‘캔햄’ 이다. 하지만 ‘스팸’을 보통명사로 잘못 인식했던 업주는 메뉴명을 잘못 표기했고 논란이 되자 뒤늦게 메뉴명을 정정했다. 가격부터 재료 함량까지 차이가 나는 엄연히 다른 제품이라면 구분하여 정확히 표기해야 한다.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2) 드라이클리닝

많은 사람이 ‘첫 세탁은 드라이클리닝 하는 것이 좋다’는 말에 속지만 근거 없는 말이다. 드라이클리닝은 옷의 오염을 제거할 뿐 소재의 특성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제조업체가 무분별하게 드라이클리닝 표시를 하는 것은 물세탁으로 인한 변형이나 손상으로 분쟁이 생겼을 때 피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라벨을 잘 보고 가능한 건 물세탁을 하면 된다. 라벨에 중성이라는 글자와 물 온도가 함께 표시되어 있으면 가능하다. 드라이클리닝은 기름때를 지울 뿐이며 평소 생활 오염에는 물세탁이 더 유용하다. 옷의 소재에 따라 세탁과 보관법은 다양하다. 드라이클리닝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도 가능한 홈 드라이클리닝 세제를 이용할 수도 있다.

3) 화장품 유해성분

화장품 소비자들은 화해라는 어플을 통해 성분에 대해 알아보고 구입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화장품 성분의 안정성은 미국 환경단체인 EWG(The Environment Working Group)의 화장품 성분 유해도 데이터를 이용한다. 성분에 대한 유해성 연구결과가 없으면 낮은 등급을 준다. 10등급이 유해도가 가장 높지만 1등급이라고 해서 안전한 건 아니다. 미국 EWG에서는 1~2등급이 안전하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화장품업계는 안전하다고 마음대로 광고를 한다. 적정량만 바르면 문제없는 성분을 나쁘게 확대해석하며 소비자의 공포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보습과 발림성 등을 위해 화장품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은 적정량만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 관련 없는 데이터나 수치를 제공하는 마케팅에 속지 말아야 한다.

4) 제대혈

제대혈은 탯줄과 태반 속에 있는 혈액이다. 제대혈에는 다양한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가 들어있다. 희귀질환을 대비하기 위해 출산 시 체취하는 것으로 선택사항이다. 보관료는 수백만 원이지만 정작 제대혈을 이용한 치료사례는 드물다. 가족 제대혈이 치료용으로 사용된 건 보관량의 0.04% 정도로 제대혈 회사에서도 자가이식 후 5년 후 생존 사례 자체가 수집되지 않는다고 한다. 몸무게에 따라 사용 제한이 있고 평균적인 기준으로 4살 정도까지만 이식 가능함에도 20~30년 장기보관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것도 문제다. 관련 법에 따르면 체취 전까지는 언제든 계약철회가 가능한데도 취소 시 위약금을 받는 곳도 있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가족 제대혈 보관 건수는 2016년 누적 기준으로 48만 2052건이었다. 제대혈은 부모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돈으로 사는 것이다.

5) 한약

한약을 먹으면 간이 안 좋아진다는 말은 2003년 발표된 한 의사의 편파적인 보고서에서 비롯된 속설이다. 한의학계에서는 한약이 간 기능을 회복시킨 치료사례와 양방 진통제가 오히려 간에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확한 처방 없이 무분별하게 복용하면 어떤 약도 해롭다. 간의 다양한 기능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해독작용이다. 한약과 양약 모두 간에서 분해된다. 한약재 중에 간에 해가 되는 것도 있지만 독성이 있는 약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하지 않아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 오히려 간을 맑게 하고 간세포를 재생시키거나 간 질환 때문에 생긴 자각증상을 완화해주는 한약들이 더 많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건강보조식품에도 주의하며 정확한 진단으로 자신의 몸에 맞는 처방을 받는 게 중요하다.

6) 해썹 인증

해썹(HACCP) 마크가 들어간 제품이 무조건 안전한 건 아니다. 해썹은 식품 생산이나 제조, 유통과정에서 안전한 식품을 만들기 위한 위생관리 방법으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식품 사고가 났을 때 중점적으로 관리 가능하며 효율적인 것은 맞지만 식품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관련 전문가들은 해썹 인증제도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미국에서 들여온 인증제도이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기본취지와 전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관련 서류가 현실에 맞지 않게 너무 많고 제도의 기준에만 신경 쓰느라 정말 관리해야 할 사안과 식품 안전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많은 식품 영양학자들은 소비자들이 해썹 인증마크를 마냥 안전하다고 여기게 된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도를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 때문으로도 본다.

7) 발열 내의

발열 내의는 많은 인기를 얻으며 입으면 따뜻해진다고 마케팅됐다. 하지만 정확히는 발열에 필요한 조건인 수분, 열 등이 충족할 때 온도 상승효과를 얻는다. 조건을 충족하면 일반 속옷보다 1.8도 따뜻하다는 분석이 있지만 다양한 변수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수 있고 납득할만한 설명은 부족한 상태다. 입어도 피부가 건조하거나 활동량이 적다면 발열 효과가 작거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발열 기능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고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 그래서 업체는 자체 기준만으로 보온 기능을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제품 구매 시 생활 방식과 발열 원리를 고려해야 한다. 실내에서 주로 활동한다면 기능이 많은 비싼 제품을 굳이 살 필요 없다.

8) 구스 다운

구스 제품이라면서 오리털을 사용한 제품도 있다. 거위털을 오리털로 위장한 것은 한 소비자문제연구소의 조사를 통해 알려졌다. 관련 브랜드 17개에서 2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고가제품 16개 중 거위털을 사용한 제품은 단 4개였다. 충전재와 원산지 표시도 제대로 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다운 패딩을 고를 땐 제품 라벨에 표시된 원산지와 충전재 비율을 봐야 한다. 솜털과 깃털의 비율, 충전량, 필파워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깃털보다 솜털이 보온력이 우수해 솜털 함유량이 많을수록 좋다. 솜털 비율이 70~80%만 되어도 보온력은 우수하다. 필파워가 높으면 복원력과 보온 효과가 좋다. 국내는 800~900 이상인 제품이 많다.

9) 탈모방지 샴푸

식약처의 탈모방지 샴푸의 허가 기준은 허술하다. 효과를 직접 증명하지 않아도 해외 문헌 자료에 나온 것과 유효성분이 같거나 이미 허가받은 탈모방지 샴푸와 같은 성분 및 규격을 갖추기만 하면 허가해준 것이다. 2015년 식품의약안전처가 허가한 821개 탈모방지 샴푸를 분석한 결과 식약처 기준의 허가 제품은 4개에 불과했다. 2017년에는 의약외품에서 기능성 화장품으로 전환해 관리 감독을 강화했다. 현재는 41개 제품을 수시로 점검하고 16개 제품에서 1480건의 허위광고를 적발하기도 했다. 임상시험도 식약처가 주도해야만 결과가 조작되지 않고 허위나 과대광고를 막을 수 있다. 탈모 환자들은 유효성이 증명되지 않은 샴푸에 의존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과장 광고나 표시에 주의해야 한다.

10) 대표 번호

080은 수신자부담이지만 1544나 1588 같은 콜센터 대표 번호는 발신자가 요금을 내야 한다. ARS 전화 연결이 되지 않고 대기만 하더라도 요금이 부과된다.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어도 이 번호는 부가항목으로 분류되어 요금이 따로 청구된다. 요금 청구가 싫으면 직통 번호로 연결하면 되는데 이마저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다. 50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3곳이 모두 수신자부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080을 사용하는 7곳도 상품 상담에서만 운영하는 것이었다. 기업은 이에 대해 서비스 가입 시 고객에게 내용을 알렸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요금 부과에 대해서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오해하지 않고 믿고 이용할 수 있게 정확히 알리고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참고

1) <치킨 이름을 바꾸러 청원하러 간 미국 남자.jpg>, 개드립 (링크)

2) 책 <내 돈을 지키는 생존지식 45>

3) 이미지 출처: 내 물건이 너의 집에 남아 있다면 헤어진 게 아니다, 카카오TV (링크)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