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코로나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기업의 밀키트(Meal-kit) 제품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밀키트는 정량의 손질된 재료가 포장되어 있어 간편한 조리로 어려운 요리를 쉽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많은 소비자가 시간을 절약하면서 요리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만족스럽게 여기면서 한편으로는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 한 밀키트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의 가장 인기 메뉴인 밀푀유나베의 경우 재료 포장용 비닐 11개, 외포장용 플라스틱 2개, 종이 띠지 1개로 총 14개의 포장재가 사용된다고 한다. 식재료를 함께 포장하면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개별 포장을 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이대로 괜찮은 걸까.

1) 플라스틱의 발견

1907년 미국인 과학자 리오 베이클랜드가 만든 것으로 그리스어로 ‘모양을 만들거나 주조하다’라는 뜻의 플라스티코스를 따서 플라스틱이 되었다. 베이클랜드는 석유 화학물질, 프롬알데히드, 알코올을 혼합하고 충전재를 넣고 가열해 베이클라이트를 만들었다. 가볍고 튼튼하며 열에 강해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도 있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뛰어난 절연체로 20세기 전반 대부분의 라디오, 전화기, 가정용 기구에 들어갔으며 접시와 직물에도 사용됐다.

2) 삶과 밀접한 플라스틱

1960년대 말 플라스틱 생산량은 2,500만 톤이었으며 1970년대에는 약 5,000만 톤에 달했다. 1975년 음료의 압력을 견딜 만큼 강하면서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이 만들어지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포장 용기로 자리 잡는다. 플라스틱은 기술이 진화하면서 거의 모든 신사업에 사용되었으며 대량 생산 이후 60년 동안 78억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했다. 1980년 초반이 되면서 세계는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지만 1990년대는 우리 생활 전체가 플라스틱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됐다. 플라스틱 없이 현대 세계는 없으며 안 쓸 수 없다.

3) 자연도 모르는 분해법

플라스틱의 종류는 두 가지로 열가소성 수지는 열을 가하면 부드러워지며 카펫, 옷, 가구 등에 쓰인다. 열경화성 수지는 한번 형체를 만들면 딱딱한 상태를 유지하며 전기부품, 조리대, 자동차 차체 등에 쓰인다. 자연에 존재하는 플라스틱도 있다. 거북이 등껍질, 코뿔소 코는 수 세기 동안 보석 장식과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 사람이 만든 플라스틱은 화석 연료에 기반한 것으로 다른 재료와 달리 분해되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플라스틱은 모노머라는 탄소 결합으로 만들어진 분자인데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아서 자연조차 어떻게 분해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4) 재활용의 효과와 현실

1980년 후반부터 본격적인 재활용이 시작됐다. 제조회사는 플라스틱을 더 쉽게 처리할 방법을 제안했고 1988년 재활용 제품에 3개의 플라스틱 화살표를 표시하게 됐다. 페트병 19개는 큰 티셔츠 1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섬유를 절약한다. 플라스틱 1톤을 재활용하면 3,800L 가솔린을 절약한다. 원자재로 만드는 것보다 88%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재활용산업이 생기면서 미국에서만 70만 명 이상의 일자리도 생겼다. 안타까운 사실은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의 19.9%만이 재활용된다는 점이다.

5) 생명을 구하는 플라스틱

우리의 건강도 플라스틱에 달려있다. 플라스틱 덕분에 현대 외과 의사들은 수술실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일한다. 손상된 관절연골을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공관절로 교체하면서 통증을 줄인다. 생명체를 만들거나 질병과 싸우는 대부분의 의학 연구도 플라스틱 없이 불가능하다. 플라스틱으로 절연 처리된 심박조율기는 매년 60만 명의 생명을 연장한다. 사망위험을 줄이는 안전벨트도 플라스틱이다. 세계적으로 1천만 명 넘는 사람이 보청기를 사용하며 약 3500만 명의 당뇨병 환자 역시 1회용 플라스틱 주사기 덕분에 살 수 있다.

6) 영웅을 돕는 플라스틱

1980년대 이후 노멕스와 케블라로 처리된 옷은 소방관과 수색 구조팀이 사람을 구하고 모두의 생명을 지키도록 도왔다. 케블라는 가장 단단한 플라스틱 중 하나다. 1987년 이후에는 케블라로 만든 방탄복은 미국 경찰관 3100명의 목숨을 구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운동복은 스포츠 선수들의 충격 에너지를 흡수해 경기력 향상도 돕는다. 플라스틱은 여러 분야에 영향을 주며 삶의 질을 높인다. 그러나 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플라스틱 공해가 심각한 환경적 위협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7) 기업의 새로운 움직임

앞서 말한 친환경 포장재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면 영국의 한 유기농 농산물 기업을 말할 수 있다. ‘리버포드 오가닉 파머스’ 는 친환경 밀키트 포장재를 사용한다. 소분한 재료를 담을 땐 가급적 종이류를 사용해 마켓에서 식재료를 살 때보다 플라스틱을 82% 적게 사용하는 효과를 만든다. 배달 박스를 수거해 재사용하고 고객에게 포장재 재활용 기준과 재사용 및 처리 방식이 담긴 설명서를 제공한다.

8) 꼭 필요한 곳에 친환경 소재 사용하기

밀키트 포장 시 재료 특징에 따라 부분적으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꼭 필요한 곳에는 사용하되 재활용이 잘 되는 단일 재질의 포장재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상자나 종이 띠지 같은 과대포장을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러한 방식은 다른 분야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에게만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되며 기업의 인식 변화와 적극적인 방안 마련, 정부 규제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환경오염을 줄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참고

1) [이슈 컷] 쓰레기만큼 죄책감 쌓이는데…간편한 밀키트가 남긴 숙제, 연합뉴스 (링크)

2) <플라스틱>, 히스토리 101 (링크)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