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이 되고 느끼는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 모든 선택은 자신의 책임이 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자조 섞인 말로 ‘전공 공부 때문에 대학교 1학년을 고등학교 4학년처럼 보내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부 전략에서는 고등학생 때처럼 접근하면 안 된다. 위의 글에서 수많은 댓글이 공감을 표시한 것은 대학교에 와서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 당황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부터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체크해봐야 할 3가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째, 공부 전략의 기본은 운동과 수면이다.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학교 선생님들도 제대로 된 공부 전략에 대해 모르고 계셨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비가 오거나 시험 기간이면 체육 선생님이나 시험 범위 외의 과목 선생님은 우리에게 주로 교실에서 자습을 시키곤 했었다. 공부 시간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잠을 줄이면서 책과 씨름하는 시간만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가장 비효율적인 접근 방법이다. 시간 싸움을 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효율’이다.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운동과 충분한 수면은 공부 효율을 올려주는 가장 훌륭한 조력자다. 운동하면 여러 신경화학 물질들이 분비되는 데 이는 집중력과 긍정적 태도를 올려주고 인내심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운동 시간은 바로 공부하기 ‘바로 전’이다. 그 이유는 운동을 끝내면 그 즉시 전전두엽에 혈류량이 많아지면서 학습을 위한 최상의 상태에 돌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충분히 자고 20~30분의 운동을 하고 나서 공부를 시작해보자. 뇌가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최상의 조건을 먼저 세팅한다면 짧은 시간 공부하고도 이해가 더 잘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둘째, 내 감정이 학습을 좌우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기억을 할 때 감정의 자극을 받을수록 기억 유지력이 높다고 한다. 뇌가 처음으로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곳을 망상 활성계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모든 정보를 통과시키지 않고 그중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만을 전송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뇌는 공부보다 생존을 더 중요시한다. 안 좋은 감정이나 스트레스 등을 받아 부정적 감정이 우선이 되면 망상활성계는 생존에 관한 경고로 생각하고 그 어떤 정보보다 우선권을 주게 된다. 그러므로 부정적 감정이 학습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긍정적 감정은 더 빠른 사고력과 높은 창의적 발상을 가져온다. 그러니 혹시라도 불안 때문에 부정적 감정이 올라온다면 그 감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글로 써보자. 이를 실제로 ‘정서 명명하기’라고 한다. 한 연구에서는 시험을 보기 전에 시험에 대한 불안을 글로 쓴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묘사할 때 다른 관점으로 기술하면 불안 제거 효과는 배가 된다고 한다. 두려움을 흥분으로 다시 규정하는 식으로 말이다. 감정은 학습 효율을 좌우한다. 감정과 공부는 전혀 관련 없다고 생각했다면 지금부터라도 뇌의 효율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긍정적인 감정을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셋째, 내가 뭘 모르는지 알아야 한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어려운 부분을 학원이나 과외에서 금방 해결해주었기 때문에 남의 도움에 익숙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지식은 스스로 구축해 나갈 때 자기화가 된다. 같은 강의를 들어도 내가 어떤 부분을 알고 어떤 부분은 모르는지 알지 못한다면 나아지는 게 없다. 메타인지를 높인다는 얘기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아는 능력을 올린다는 뜻이다. 자신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학습 전략을 짜야 남들과 같은 시간 공부해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공부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뭘 모르는지’ 제대로 아는 게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메타인지를 높일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과학적인 학습 전략을 배우는 것이고 두번째는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피드백이다. 연습 문제 풀기, 내용 요약하기, 특히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보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제대로 알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인간의 인지 과정에 대한 이해다. 이는 우리 뇌의 한계, 오류, 편향 등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 속 시스템 1, 2에 대한 내용을 통해서도 이런 우리 뇌의 인지 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공부에 대한 수많은 방법론이 나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공부의 목적이다. 단순히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공부는 장기적 성과로 연결되지 못한다. 눈앞의 보상만을 쫓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펙을 위한 영어 공부가 실질적 영어 실력향상에 별 도움이 안 된 것처럼 말이다. 취업하고 회사에 다니면서도 공부는 계속되어야 한다. 돈 공부, 빠른 기술변화에 관한 공부, 인간관계 및 심지어 행복한 연애를 하기 위해서도 공부는 계속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제대로 된 공부 전략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 :
1) 대학교 쓸데없는 걱정 1위, 루리웹 (링크)
2) 완벽한 공부법, 고영성/신영준
3) 이미지 출처 : 영화 <치즈 인더 트랩>
Written by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