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이 되면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만 부모가 만든 의존적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의존적 어른’으로 부모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 다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잘못된 상황이 반복되어도 자신과 가족을 분리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가족이라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며 상황을 내버려 두는 것이다. 의존적 어른의 특징을 살펴보고, 관계에서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1) 싫다는 말을 못 한다
의존성이 높은 사람은 대체로 싫다는 말을 잘 못 한다. 상대방을 언짢게 하면 혹시나 버림받지 않을까 걱정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포기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방과 원하는 바를 일치시키려는 성향이 지나치게 커진 탓이다. 독립하거나 거리를 두려는 사실을 부모에게 분명히 알리는 것도 극도로 어려워한다.
2) 책임감을 과도하게 느낀다
자식을 강하게 통제하는 무섭고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상대와의 관계가 위험해질 수 있는 일을 전혀 하지 않으며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려 한다. 자신의 정신적 생존을 위해 상대를 추종하는 식이며 자신의 존재를 잃어가면서도 희생하고 양보한다. 책임감을 과도하게 느끼며 계속 도움이 되려고 마음을 쓴다.
3) 모든 것을 공유하려 한다
가족 구성원이 긴밀하게 연락하는 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자식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집착으로 사생활 침해가 잦고 정서적 욕구 충족을 요구한다.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일일이 알리며 공유한다. 혼자서 무엇을 한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가족과 관련된 것이면 뭐든지 미화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4) 끊임없이 허락을 구한다
겉보기엔 직업도 있고 사회적 의무를 다하며 자립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전혀 독립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부모의 조언 없이 어떤 일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자신을 믿는 것이 두려워 모든 문제에 대한 허락을 구하는 것이다. 예순이 넘어서도 부모 몰래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기는 사람도 있다.
5) 극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결정과 실행을 미루는 수동적인 자세로 무기력 상태를 이어가다 보면 신경증적 죄책감까지 시달릴 수 있다. 객관적인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도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의존적일 때는 자신을 부정한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의존적 관계를 벗어나고자 할 땐 불안을 느낀다. 자신감 결여로 자신만 늘 제자리에 헛돌고 지지부진하다는 느낌이 든다.
6) 선물 받는 것을 불편해한다
다른 사람에게 선물 주는 것은 괜찮아도 받는 것은 불편해한다. 자신은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선물할 때도 값싼 물건으로는 의미 있는 선물을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의 선물을 하려 하기도 한다. 관계에 신뢰를 쌓지 못해 일상에서의 고통이 크며 그러는 틈에 상대의 요구에 무조건 응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7) 버려진 기분을 자주 느낀다
가족에게는 경계를 완전히 허물지만 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경계심과 두려움이 강하다. 모르는 사람에게 아주 냉정하고 가까이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 공감 능력이 부족해 무관심이나 적대감으로 벽을 만들지만 혼자가 되거나 다른 사람과 멀리 떨어지기만 해도 허탈감을 느낀다. 버려진 기분을 자주 느끼며 보상 상실이 심하면 의존성 우울증이 될 수 있다.
8) 상반된 감정을 느낀다
자신도 모르게 의존적 관계를 수용하고 관계를 지속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행동을 바로 잡지 않고 계속 자신을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타인에게 애정을 갈구하지만 진정한 관계를 맺을 능력은 없다.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관계를 쉽게 끊지 못한다. 관계를 끝낼 생각을 하면 극심하게 두렵다. 애정과 미움을 함께 느낀다.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기 어려워하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피상적이고 불완전하다.
9) 역할을 최소화 한다
일상에서 많은 부분 자신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않으려 한다. 지식과 기술을 거부하기도 한다. 활동적이고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도 자신의 능력 발휘를 거부하기도 한다. 지식과 기술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언가를 아는 만큼 행동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이 열등한 자세를 취하는 것을 끊임없이 정당화하며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려 한다.
10) 독점하려 한다
관심과 애정을 차지하기 위한 극단적인 현상으로 자신의 감정을 지나치게 솔직히 드러내고 필요 이상의 개인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수치심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소지품을 여기저기 늘어놓거나 문을 덜 닫는 어떻게든 자신의 세계를 제한 없이 열어두고 주변에서도 똑같이 해주기를 바란다. 공간부터 물건, 돈까지도 모두 공유하길 바란다. 자녀의 자립을 거부하는 일부 엄마들에게서도 나타나는 증상이다.
11) 영원한 손님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공허함을 느끼며 어디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다. 자신만의 세계와 망상에 자주 빠져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이 사회 안에서 가진 자리를 부인하기도 한다.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거부하고 애써 외진 곳을 찾으며 최소한으로 존재하려 한다. 어디에도 명백히 소속되어 있지 않고 영원한 손님으로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느낀다.
12) 실제 나이를 두려워 한다
자신의 성장과 책임을 어떻게든 부정하고 거부하기 때문에 마흔에서 쉰 사이에 자신의 실제 나이를 부정할 수 없는 최후의 순간을 두려워한다. 신체 능력 저하와 같은 증상이 뚜렷해지고 성인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겁낸다.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거라 여기기도 한다.
13) 연민을 느끼지 못한다
의존적 상황에 오래 머문 사람은 연민이 고갈된다. 감정적 피로감이 커져서 공감과 자비를 베푸는 능력이 둔해지는 것이다. 자신을 향한 연민의 감정이 약해지고 상대의 고통마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연민이 고갈되면 매사 초연해지며 흥미를 잃고 냉소주의적 성향이 강해진다. 무감각한 상태로 관용이 줄어든다.
14) 가장 중요한 건 내적인 사생활
의존적 어른은 스스로 내적인 사생활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족에게 모든 것을 말하지 않고 자기 생각과 겪은 일을 자신만 아는 것이다. 사소해 보여도 의존성이 심하면 가족을 배신하고 홀로 남겨졌다고 느끼며 괴로워할 수 있다.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일기 쓰기나 친목 모임에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면 도움이 된다. 진정한 성장을 하려면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리고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지나친 권위와 보호로부터 자발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참고
1) <엄마랑 싸운 30대 직장인.jpg>, 웃긴대학 (링크)
2) 책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3) 이미지 출처: 스토브리그, SBS (링크)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