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진들이다. 근엄할 것만 같았던 사진에서 자연스러운 편안함이 느껴진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한다는 호기심과 미묘한 긴장감도 함께 전해지는 듯하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사진을 쉽게 찍지만 예전 필름 사진만 해도 그렇지 못했다. 필름 수가 한정된 상황에서는 신중해야 했고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자신을 찍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되지 못했다. 여행지에서는 낯선 이에게 카메라를 건네며 사진을 부탁하고 어색한 모습으로 서둘러 찍기도 했다. 셀카는 사진 기술과 소셜미디어가 발달해감에 따라 자기 모습에 관심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끌며 자연스러워졌다.

예전이라고 자화상 사진이 없었던 건 아니다. 가장 오래된 인류 자화상 사진으로 로버트 코넬리우스의 사진이 있다. 1839년 사용된 초창기 카메라에는 타이머도 셔터 기능도 없었다. 그는 촬영 당시 렌즈 캡을 열고 카메라 앞에 달려 나와 10~15분을 가만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다시 달려가 렌즈를 닫는 식으로 촬영했다. 1900년 코닥의 브라우니 박스 카메라가 나오면서 셔터만 눌러 손쉬운 사진 촬영이 가능해졌다.

십 대가 찍은 가장 오래된 자화상 사진으로는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넷째딸 아나스타샤의 사진이 있다. 13살 때 선물로 받은 카메라를 의자에 올려두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서 남긴 것으로 러시아왕조가 몰락되기 몇 년 전이었다고 한다.

셀프와 카메라의 합성어인 셀카의 원래 표현은 ‘셀피’다. 옥스퍼드 사전 편집부 조사에 따르면 셀피는 Hopey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호주 남성이 인터넷상에서 최초로 사용했다고 한다. 다친 입술을 꿰맨 실이 걱정되어 한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였다. 그는 평소에 올린 다른 글에도 명사에 ie와 ey를 붙이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텔레비전(television)을 텔리(tellie) 라고 한 것처럼 ‘셀프 포트레이트’(self-portrait)을 ‘셀피’(selfie)라 부른 것이 신조어의 시작이 되었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처음 사진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장을 찍는 이유는 자기 생각과 실제 모습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의 심리학과 교수인 라마니 덜바술라 박사는 자신이 찍은 사진의 50퍼센트 이상이 셀카이고 더 나아 보이기 위해 필터를 자주 이용하면 셀카중독 초기 증상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데니는 15살 때 셀카를 올리고 받는 ‘좋아요’에 집착하게 되면서 하루에 10시간 정도씩을 사진만 찍었다. 사진 속 자신의 결점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면서 과도하게 자신을 단장하고 사진을 보정했다. 그는 심리치료센터에서 찾아 신체변형장애를 진단받고 치료하면서 사진을 찍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2011년 이후 6년간 전 세계에서 259명이 위험한 셀카를 찍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극적인 장면을 위해 무리하다가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셀카를 찍다가 자동차 사고가 나도 자동차 사고로만 기록되기 때문에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가장 예쁜 모습을 알고 잘 담아내는 것도 좋지만 너무 집착하거나 사진을 위한 사진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

1) <100년전 힙한 사진들.jpg> 에펨코리아 (링크)

2) 책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

3) 이미지 출처 (링크)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