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나서기를 좋아하고 자신감이 가득 찬 사람만이 리더의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 같은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주목받다 보니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양한 성격의 리더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우리가 모르는 분야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스타워즈의 루카스 필름, 마블, 픽사, 21세기 폭스를 인수하고 디즈니 플러스의 시작이라는 혁신을 만들어낸 디즈니의 전 CEO 로버트 아이거처럼 말이다. 로버트 아이거의 리더십으로 살펴보는 좋은 리더의 참모습 3가지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째, 진짜 나 그대로를 보여준다.
아이거가 디즈니에 몸담기 전, 그는 밑바닥부터 시작해 ABC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책임자가 된다. (훗날 ABC는 디즈니에 인수된다) 하지만 스포츠 방송 쪽에서만 일하던 그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용어도 잘 몰랐고 그들의 문화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존심의 발동을 제어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잘 모를수록 자기방어 기제가 작동해 잘 아는 체 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이 불안감을 잘 컨트롤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거 역시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그걸 극복했다. 불안감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걸 아는 체 하는 것만큼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것은 없다고 아이거는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임을 잊지 말자.
둘째, 지나치게 겸손한 것도 독이다.
물어볼 필요가 있는 건 물어보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과하게 사과하고 미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자세는 신뢰를 떨어뜨린다.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을 가능한 한 빨리 익히기 위해 노력하는 게 더 신뢰가 가는 행동임을 기억하자.
셋째,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 안다.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사람은 뭘 개선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 특징이 자신이 ‘뭘 모르는지’ 안다는 점이다. 뭘 모르는지 알면 시간을 어디에 쓸지 알고 거기에 집중할 수 있다. 자신이 뭘 모르는지 모르는 사람일수록 그냥 문제집만 미친 듯이 푼다. 후자가 시간상 더 많이 책상 앞에 앉아있었을지는 몰라도 더 나은 전략을 짰다고 할 수는 없다. 아이거는 자신이 읽어야 할 40편의 대본을 읽으면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했다. 어떤 게 좋고 나쁜 대본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그는 대본을 읽은 다음 날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습득해나갔다. 그의 이런 솔직하고 배우고자 하는 열정에 베테랑 관계자들도 그에게 아낌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아이거는 자신의 질문 공세와 경험 미숙이 그들을 지치게 할 것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에 대해 인내심을 발휘해주는 직원들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더욱 감사해했다. 이런 자세가 그가 모두에게 존경받는 이유가 아닐까.
리더는 남들보다 뛰어나야 하고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양한 성격만큼이나 다양한 스타일의 리더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누구나 리더의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걸 다 알아서 리더가 아니라, 사람 간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으면서 위의 3가지를 아는 사람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빛을 발하는 리더의 참모습이 아닐까 싶다.
참고 :
1) 디즈니만이 하는 것, 로버트 아이거
2)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이청하 인터뷰(링크),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Written by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