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판단하면 누구나 차분히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떤 반응을 즉각적으로 보일 것인지 궁금하다. 한 커뮤니티에서 가족과의 식사 중에 면접관이 아는 척해서 화가 난 취준생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어떤 상황인지 한 번 살펴보자.


댓글에서도 기분 나빠도 적을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일단 ‘적을 만들지 않아야 나에게 이득이다’라는 생각 외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 걸까? 상대의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게 삶에 도움이 ‘안 되는’ 이유 3가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째, 지금은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원시시대가 아니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우리의 자율신경계는 원시 시대 이후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자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긴장하고 경계 태세를 갖추던 과거에는 이런 게 우리 생존을 지켜줬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일상에서 화가 나고 불합리하다고 느낀 것에도 우리 몸은 ‘생존과 직결’된 것처럼 반응하는 게 문제다. 이는 우리의 사고를 더욱더 즉각적이고 조절하기 어렵게 만들 뿐이다.
둘째,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있다.
2012년의 한 연구에서 우리는 하루에 40기가바이트의 정보 폭격을 받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한 편의 HD 영화가 평균적으로 3~4기가바이트다. 우리는 매일 10~13편의 영화를 흡수해야 하는 상태와 비슷하다니 정말 충격적이다. 정보에 과다 노출되면서 과부하 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돌보는 마인드풀니스와 같은 명상이 필수임을 기억하자.
셋째, 잠시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혜민 스님도 자신의 책 제목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말이다. 샤우나 샤피로의 <마음챙김>에서는 분노 조절이 어려웠던 한 젊은 중위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그는 분노 조절을 어려워했지만 6주간의 마인드풀니스 코스에 참여 후 한 슈퍼마켓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날은 찜통더위였고 안 그래도 줄이 긴 데 앞에 한 여성이 아기를 안고 와 계산대 점원과 까꿍 놀이를 하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중위는 너무나도 짜증이 밀려와 속으로 분노를 터뜨렸지만 6주간의 연습을 했던 터라,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자 비로소 그의 눈에 귀여운 아이가 보였고, 한참 후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점원에게 아까 그 아이 참 귀엽다고 점원에게 말을 걸게 된다. 그러자 그 점원은 갑자기 눈을 반짝이다가 침울해진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 아이는 자신의 아기고 남편이 작년에 전투에서 목숨을 잃어 자신이 혼자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다. 다행히도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주어 매일 자신의 라인에 아이와 함께 온다는 얘기였다. 중위에게는 그 일이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처럼 우리가 분노나 단순한 ‘반응’을 하면서 놓쳤던 일들은 얼마나 많을지 돌아보게 된다. 잠시 멈춘다는 것은 우리 삶을 더욱더 따뜻하게 만들, 작지만 아주 위대한 한걸음이 아닐까?
무조건 분노를 참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렇게 빠른 발전 속도와 과도한 정보 홍수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때일수록 우리는 마음을 잘 돌봐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괜히 ‘명상, 명상’ 하는 게 아니다. 마음 돌봄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지 않을까?
참고 :
1) 면접관이 아는 척해서 빡친 취준생, 에펨코리아 (링크)
2) 마음챙김, 샤우나 샤피로
3) 이미지 출처 : 드라마 <하백의 신부>, 드라마 <웰컴2라이프>
Written by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