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표현을 정리한 글이 13만 조회 이상을 달성하면서 한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만큼 영어시험 고득점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정리된 전치사들만 외운다고 영어를 잘하게 될까?






토익 고득점이 진짜 실력을 나타내주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단기 시험만을 위한 실속 없는 영어 공부를 지속해야 하는 걸까? 이런 단어나 구절 외우기가 지금까지 영어 공부에 별로 도움이 안 된 3가지 이유에 대해 지금부터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째, 무조건 반복해서 외웠다.
우리의 기억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뉜다. 학교 다닐 때처럼 달달 외우는 식으로 외워봤자 단기기억으로 가서 금방 잊힐 뿐이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만 봐도 우리가 외운 것들이 얼마나 빨리 잊히는지 알 수 있다. 무조건 반복해서 외우는 게 답이 아니다. 장기기억으로 넘겨야 하는데 장기기억으로 넘기는 방법에는 아웃풋 방식이 효과적이다. 누군가에게 내가 배운 것을 알려주거나, 시험을 쳐보거나, 글로 쓰면서 실제로 적용해보거나 등이 아웃풋식 방법이다. 어렵게 외울수록 잊기도 어렵다는 걸 기억하자.
둘째, 맥락 없이 외웠다.
단어나 구절만 외운다고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상황마다 맥락마다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쉽다고 생각하는 give라는 동사만으로도 다양한 표현들이 가능하니 말 다 했다. 그러니 우리는 영어 원서를 읽으면서 자연스러운 문장 쓰임을 익혀야 한다. 어떤 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얇고 쉬운 소설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가 망하는 지름길이다. 소설에서 쓰이는 표현을 일상에서, 비즈니스에서, 학교에서 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관심 분야 원서(비문학)를 골랐다면 읽은 표현을 사용해서 매일 한 줄씩이라도 영작을 해보자. 이게 배운 것을 ‘아웃풋’ 식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내 생각, 내 상황에 적용해서 영작하다 보면 더욱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결국 언어는 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제대로 된 습관으로 자리 잡지 않았다.
의미 없이 단어 몇백 개 외우는 것, 영어 강의를 듣는 것, 미드를 자막 없이 보는 것 등으로 매일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자기 위안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는 막연히 반복적인 훈련을 1만 시간 한다고 전문가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의식적인 노력 없이 단순 반복만 하면 내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다. 익숙해지면 comfort zone을 조금씩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정량화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정량화시키지 못하는 목표는 달성하기도 어렵다. 의식적인 노력에는 피드백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영어는 결국 언어다. 언어는 도구가 되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토익 고득점이어도 영어를 못 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가장 잘 나온 점수를 제출하기 때문이다. 좋은 곳에 취업하고 싶고 자신의 실력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시험만을 위한 영어 공부는 더더욱 그만둬야 한다. 영어로 내가 알고 싶은 정보를 자유롭게 검색하고 글을 쓰고 해외논문을 직접 읽어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영어라는 도구를 이용해 나의 실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아닐까? 내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짜 실력을 올리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참고 :
1) 토익 900점이 알려주는 이것만 보면 되는 전치사, 에펨코리아 (링크)
2) 1만 시간의 재발견, 안데르스 에릭슨
3) 이미지 출처, pexels (링크1), (링크2)
Written by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