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는 4년 넘게 3교대 근무를 하는 중인 25세 여성의 이야기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과식도 자제하며 틈날 때마다 운동도 하는 편이지만 수면장애로 숙면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면검사 결과 수면시간 8시간 중 실제 수면시간은 4시간 45분 정도였으며 수면의 질도 좋지 않았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해마다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수면시간이 불규칙한 교대 근무자는 면역 저하로 여러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발암물질 2등급에도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장애가 포함되어 있다. 신체 리듬에 맞지 않는 시간대에 근무하면서 조금이라도 덜 피곤하고 안전하게 일하려면 어떻게 잠을 자면 좋을지 함께 알아보자.
1) 블루라이트 활용
야간에 근무하는 직장에서 높은 조도의 조명을 사용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어 졸리지 않게 된다. 야구장의 밝은 야간 조명에 선수와 관중의 기분이 고양되는 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높은 조도의 조명은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몸이 본래 가진 리듬을 생각하면 밤에 블루라이트를 사용하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교대근무로 야간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졸음으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보다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잠을 자야 하는 상황에서는 빛을 차단하고 잠자기 1시간 전에는 전자기기를 멀리하는 게 좋다.
2) 몸의 순응성 이해
야간 근무 후에 보는 아침 햇빛은 체내 시계에 혼란을 일으켜 잠자는 것을 방해한다. 한 회사는 야간 근무를 마친 사람들에게 낮 동안에도 실내를 의식적으로 어둡게 해서 지내도록 했더니 수면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체내 시계의 낮과 밤이 바뀐 상태에서도 일정한 리듬을 찾을 수 있다면 잠도 제대로 잘 수 있고 깨어있을 때 업무 효율도 떨어지지 않게 된다. 몸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어떻게든 새로운 환경에 우리를 순응하게 만든다. 주의할 점은 몸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예기치 못한 다른 근무로 무리한 탈동조가 일어나면 몸이 대응하기 힘들 수 있다.
3) 선잠도 잘 자면 좋다
집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다가 자신도 모르게 소파에서 잠드는 경우가 있다. 한동안 불편한 자세로 있느라 자세를 바꾸기 힘들 때도 있다. 졸릴 때 바로 잠자리로 가서 제대로 잘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선잠에 대비해 더 좋은 수면 환경을 미리 구성해두면 좋다. 소파는 앉기 위한 가구이면서 누워서 편히 쉴 수 있는 가구이기도 하다. 이왕이면 다리를 더 편하게 쭉 펴고 쉬다가 잠드는 게 낫고, 소파에 선잠용 베개를 함께 두기만 해도 선잠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4) 수면 부채를 주의하자
수면 부족이 2~3주 축적된 상태라면 휴일에 푹 자서 부족한 잠을 채울 수 있지만 부적절한 수면이 3~4주 넘게 지속되면 수면 부족이 만성화될 수 있다. 수면 부족이 쌓이고 쌓이면 수면 부채가 된다. 빚이 불어나 상환할 수 없는 상황과 같다.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수면압력이 크게 느껴지고 개운하지 않다면 수면 부족이 오랜 시간 축적되었을 수 있다. 밀린 수면 부채는 계속 자면서 갚을 수밖에 없다. 수면 부채는 수면의 양과 질이 모두 충분할 때 개선된다. 잠을 미리 자두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평소에 수면시간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5) 일어날 땐 따뜻하게 잠잘 땐 시원하게
머리를 시원하게 해서 뇌의 온도를 낮추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뇌 온도가 신체의 심부 체온과 같고 심부 체온이 낮으면 잠을 잘 잘 수 있다.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샤워보다는 족욕을 하는 게 효과적이다. 손발이 차면 양말을 신기보다 족욕으로 발을 데워 열이 잘 방출되는 상태를 만들어 양말은 신지 않고 자는 게 좋다. 목욕은 자려는 시각에서 90분 전에는 마치는 게 좋다. 상승한 신체 내부 온도가 입욕 전 체온으로 돌아가려면 9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겨울에 일어나기 힘들 땐 일어나기 1시간 전 난방을 설정해두어 따뜻하게 하면 좋다.
6) 20분 간격 타임윈도 알람
깊은 수면을 바로 중단시키면 수면 관성이 생겨 개운하게 일어나기 힘들다. 수면이 얕아지는 시각을 예상해 20분 정도 간격을 두고 알람을 맞추면 좋다. 오전 7시 일어나야 하면 6시 40분에 첫 번째 알람을 설정하고 두 번째 알람을 7시에 맞춰놓는 것이다. 소리는 처음 알람은 작게 두 번째 시간은 크게 설정한다. 짧은 간격으로 계속 울리는 스누즈 알람보다 파워냅 20분이 더 효과적이다. 시간은 15분이나 30분으로 개인에게 맞게 조정할 수 있다.
7) 수면 부족으로 생기는 문제
똑같이 인플루엔자 접종을 해도 충분히 잠을 잤을 때와 그렇지 않을 경우의 항체 생성률은 다르다. 뇌가 노폐물을 제거하는 글림프 시스템 역시 수면 중에 작동하며 암의 원인이 되는 이형세포도 잠을 잘 자야 몸에서 없어진다. 수면이 부족하면 우울증 발병 위험도 3배가 증가한다.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증진하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도 활성화되기 때문에 비만도 역시 수면시간에 반비례해서 상승한다고 할 수 있다.
8) 수면 부족이 사회에 주는 손실
수면 부족은 개인의 생활만이 아닌 기업이나 사회까지도 매우 큰 손실을 주고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근로자의 집중력과 판단력도 떨어뜨려 근무지에서의 사고 발생률을 높인다. 1986년 미국에서 일어난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사건과 1989년 알래스카 앞바다에 유조선 좌초로 원유가 유출됐던 사건 모두 직원의 수면 부족이 사고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수면 문제를 겪고 있는 교통근무 종사자들의 졸음운전 사고 비율이 높아졌고, 교통사고뿐 아니라 교대근무가 일상인 공장과 병원에서도 산업사고와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교대 근무자는 밤낮이 바뀌는 근무 형태 안에서도 나름의 패턴으로 생활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단시간에 근무를 자주 조정하며 무리한 교대근무를 이어가면 몸이 대응하기 어려워지므로 몸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면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양질의 수면이 질병과 사고를 예방한다. 개인차는 있지만 보통 7~8시간을 충분히 자고 개운하게 깰 수 있다면 이상적인 수면이라 할 수 있다.
참고
1) <4년 넘게 3교대 근무를 하고있는 25살 여성>, 인스티즈
2) 책 <숙면의 모든 것>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