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케빈 아보쉬의 감자 사진이 한화 13억 원에 판매됐다. 아일랜드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평범한 감자라고 한다. 이처럼 일반적인 상점에서 산 물건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미술의 맥락으로 재해석 되는 것을 ‘레디메이드’라고 한다. 본래의 기능적인 역할을 벗어나 그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을 뒤집는 것이다. 직접 만들지 않아도 어떤 대상에 대한 작가의 아이디어만으로도 예술 작품이 된다는 ‘개념 미술’의 사례를 보여준다. 현대미술은 그냥 접하면 이해하기 어렵고 의아한 부분들이 많다. 오죽하면 전시장 청소부가 작품 하나를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고 하니 말이다. 우리가 예술로 받아들이든 아니든 이미 그건 시장에서 가치가 입증된 작품이다. 이처럼 해석이 파격적이었던 작가의 작품 네 가지를 살펴보자.

1) 예술가의 똥

피에로 만초니는 1961년 5월 한 달 동안 통조림 60개를 제작해 일련번호와 진품임을 보증하는 서명을 함께 남겼다. ‘예술가의 똥. 정량 30그램. 신선하게 보존됨’이라고 쓰여 있다. 만초니는 캔 하나의 가격을 18K 금값 기준으로 책정했는데, 처음 약 35달러 정도였던 가격이 점점 올라서 억 단위가 됐다. 가장 최근의 경매기록으로 2016년 한화 3억 6,000만 원을 기록했다. 그는 평소 작가의 예술품을 자본주의 사회의 배설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고, 수집가와 미술시장을 조롱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캔을 열면 작품이 훼손된다고 보았고, 한 미술관은 작품 보관 중 캔에 녹이 슬어 5천만 원을 보상한 적도 있다고 한다.

2) 소변기 샘

1917년 4월 한 작품전에 소변기가 등장했다. 머트라고 적힌 샘이라는 제목의 소변기였다. 머트는 탐욕이 많은 만화 캐릭터에서 따온 것이다. 예술 작품 인정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한 작품이었다. 실제로 당시 전시 감독들은 소변기를 미술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그 사연이 이슈가 되어 전시되지 않고도 한 수집가에게 판매됐다. 이후 그 수집가는 변기를 잃어버렸고, 뒤샹은 새로운 소변기를 구입해 서명한 뒤 다시 제공했다고 한다. 작품 자체가 아닌 아이디어와 유명세가 더 가치 있게 여겨진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소변기 샘은 1999년 한 경매에서 한화 200억에 낙찰되면서 뒤샹의 작품 중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3) 코미디언 바나나

코미디언은 벽에 바나나를 붙인 형태로 전시된 작품이다. 당시 바나나는 약 1억 5,000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는데, 데이비드 다투나 라는 행위예술가가 전시장에서 바나나를 떼서 순식간에 먹어버리는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는데 그는 작가에게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고 예술로 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치오 카텔란은 행위 예술은 자신과 무관하며 언제든 다른 바나나를 벽에 붙일 수 있으니 문제 될 게 없다고 보았다. 개념 예술에서는 진품 증서가 진정한 작품 소장의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행위예술가의 헝그리 퍼포먼스로 인해 작품이 주목을 받게 되며 당시 여러 논란거리가 되었다.

4) 황금 변기

코미디언의 작가 아무리치오 카텔란은 2018년 9월 18일 황금 변기 작품을 공개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이 작품은 전시 중에 도난을 당해 행방은 알 수 없지만, 황금으로 도금된 변기는 최근까지 약 7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작품 역시 인간의 탐닉과 지나친 부를 풍자하는 작품으로 20만 원짜리 밥을 먹든 2,000만 원짜리 밥을 먹든 배설되는 건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미술 작가들은 이외에도 많은 규칙을 깨뜨리며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으로 사람들을 웃게 하고 그 뒤에 숨은 사회적 의미들을 곱씹게 했다.

5) 예술적 가치는 정말 사라진 걸까

터무니없어 보이는 작품 가격은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냉소적인 사람들은 예술의 다른 역할은 이미 상실했고, 예술 작품은 이제 하나의 자산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예술 자체를 위한 작품이라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보통 사람은 집을 살 때 겨우 쓰는 큰돈을 부자들은 왜 투자하는 걸까. 거물 수집가는 예술품을 사면서 가격 이상의 명성과 이미지를 얻는다. 예술로 위신을 사는 것이다. 작품 이해의 핵심은 누가 작품에 가치를 부여해 신임을 더하느냐에 달려있다. 특정 예술가나 거물급 수집가가 호의적인 의견으로 영예를 더해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인기 있는 이름은 갈수록 더 잘 알려지고 더 큰 인기를 누린다.

6) 생각하게 하는 작품

현대 미술가들은 충격의 힘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강한 감정을 끌어낸다. 작품을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생활상을 알리고, 사회문제를 비판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놀라움을 전해 어떻게 받아들일지 혼란스러운 작품들조차 사람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준 것만으로도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것으로 본다. 그들은 작품으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와 경계를 실험하면서 문화가 작동되는 원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작품을 감상한 사람이 충격 이후에 의문이나 가치에 관한 생각이나 그 무엇을 고민했든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것이 된다.

참고

1) <13억 짜리 감자 사진>, 에펨코리아

2) <벽에 붙인 바나나는 어떻게 1.5억 짜리가 되었나>, 조선일보

3) 책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