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외대의 한 교양강좌에서 진행된 온라인 기말고사에서 대규모 집단 부정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대학들이 온라인으로 시험을 시행하는 것을 악용하여, 수강생들이 오픈 카톡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답을 공유한 것이다.
이 사건을 보도한 중앙일보에 따르면 문제가 된 부정행위는 988명이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한 과목의 온라인 기말고사에서 이루어졌는데, 정답 공유를 위해 4개의 오픈 카톡방이 개설되었으며 여기에 참가한 총인원은 약 7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 교양강좌에서의 집단 부정행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간고사 당시에도 온라인 시험이라는 점을 악용한 집단 부정행위가 있었고, 당시 담당 교수는 학생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양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정한 평가를 위해 기말고사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한다.
실제로 기말고사에서는 서술형 문항이 추가됐지만, 학생들은 오픈 카톡방을 비공개로 바꾸는 등 보안을 철저히 하고 또다시 정답 공유를 진행하였다. 1시간 30여 분의 시험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재빨리 방을 빠져나갔으며, 한 수강생이 부정행위가 적발될까 우려하자 다른 수강생들이 “오픈 채팅방은 추적이 불가하니 신경 쓰지 말라.”, “신상 특정할 방법이 없다.”라며 서로 안심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집단 부정행위로 인한 논란이 심해지자 한국외대 관계자는 (1) 해당 교양강좌의 서술형 답안에 대해 표절 여부를 검사해 표절로 확인이 된 학생들은 해당 과목 이수를 취소하고, (2) 문제가 심각한 경우 학생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컨닝’과 같은 부정행위는 들키기 어렵고, 들킨다고 하더라도 F 학점을 받는 정도의 불이익만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당 학기에 F 학점이 하나 있어도 졸업할 때 최종적으로 산정되는 학점에는 문제가 없기에 별로 불이익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정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사립대의 경우) 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국공립대의 경우)에 해당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시험과 수업 등 학사과정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운영되게끔 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데, 부정행위를 행한 학생들은 위계(속임수)로써 이러한 학교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다. 학교가 고소를 한다면 해당 학생들은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학교가 부정행위로 적발된 학생들을 고소하지 않았을 뿐이다.
형법 314조 제1항 : “위계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137조 : “위계로서 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부정행위가 확인될 시 단순히 해당 과목에 F 학점을 부여하는 정도로는 그 행동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부정행위는 학교의 공정한 학사관리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며,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정도에 따라 고려를 할 문제겠지만,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을 징계 절차에 회부하는 경우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정행위의 정도가 특히 심한 경우(예를 들어, 해킹 등 기술을 부정행위에 이용하는 경우나 반복적으로 집단 부정행위를 주도한 경우 등)에는 학교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을 업무방해죄로 형사고소하여 처벌을 받게 할 수도 있다. 물론 학교가 학생을 고소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는 학생을 보호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행위 문화의 확산과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의 피해를 방지하며 학사관리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심한 부정행위에 대해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부정행위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범죄이지만, 그전에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 본인에게도 매우 큰 피해를 야기한다. 부정행위는 얄팍한 술수로 돈과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양심을 잃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바보라서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다.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배운 지식과 교양을 장기기억으로 넣기 가장 좋은 방법이 시험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안 걸리면 되는 거고, 걸려도 큰 불이익이 없다.’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한국외대에서 이번 집단 부정행위 사태를 제대로 처리하길 바란다. 부정행위 문제의 공론화를 통해 부정행위가 나와 내 주변, 그리고 공동체에 큰 피해를 끼치는 것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심각한 행위라는 경각심을 가지게 되길 희망한다.
– weber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