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몇 번 평생을 먹고, 안부 인사에도 늘 나오는 밥. 집밥은 왜 중요한 걸까. 좋은 식사의 기준은 뭘까.

1) 영양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이 조리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에서 건강과 수명이 결정된다. 조리과정이 길고 수고스럽다고 해서 다 건강 식단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라도 조리법이 잘못되면 헛수고가 된다. 집밥은 건강해지려고 먹는 것인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영양가 제로인 밥을 먹는다면 허무할 것이다. 국이나 반찬의 가짓수 보다 실제로 몸에 전달되는 영양소와 흡수율에 신경 써야 한다. 간편함에 영양을 담는 게 중요하다. 한 그릇 요리에도 맛과 정성, 영양까지도 담을 수 있다. 영양 손실을 막는 관점으로 조리법에 접근하면, 과감히 조리과정의 수고도 덜면서 영양을 챙길 수 있다. 단순히 맛있고 간편한 것이 아니라 영양을 밀도 있게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2) 정성

소박하고 간단한 밥상이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정성이다. 남편이 원하는 건 단순 끼니가 아니라 존중을 바란 것 아닐까 싶다. 각자 가정 문화가 어땠는지도 중요한 것 같다. 상차림은 음식 취향과 음식을 대하는 태도, 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간소한 식탁이 누군가는 자신의 삶에서 당연시되어온 것일 수 있다. 남편은 한 끼라도 든든하고 정갈하게 차려 먹을 수 있는 식사를 바란 것 같고, 아내는 식사에 대한 편의를 좀 더 추구한 것이라고 본다. 단순히 식사 속도나 음식 취향의 차이가 아닌, 서로가 생각하는 진짜 식사의 의미는 무엇인지. 꼭 지켜지면 좋을 것들은 무엇인지 다시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3) 정서적 만족감

맛집 정보와 저렴하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넘쳐나지만, 밖에서 먹는 한 끼와 집에서 먹는 한 끼가 다른 이유는, 지출을 줄이는 것 이상으로 얻는 정서적 만족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든든히 먹고 밖에서 힘내보겠다고. 집밥에 담긴 정성이 헛되지 않게 잘살아 보겠다며 다짐하고 자신을 채우는 순간이기도 할 것인데, 남편은 투박하고 부족해 보이는 상차림에 맥이 빠지고 서운했을지 모른다. 부족했더라도 아내가 차린 식사를 맛있게 먹고 좀 더 해주면 좋을 것들을 부탁하면 어땠을까. 남편이 맛있다고 해주면 아내는 더 신나게 요리했을지도 모른다. 요리한 사람의 가장 큰 기쁨이 상대의 리액션인데, 표현은 해왔는지 궁금하다. 아내도 식사에 좀 더 신경을 쓰면서, 서로의 수고에 고마움을 더 표현해보면 좋을 것 같다.

좋은 식사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주어진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다면 절대 적은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대충 먹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서로 살아온 시간과 습관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함께 하는 식사 시간과 대화가 쌓여가면서 일상의 방식들이 맞춰지는 것이라고 본다. 한편으로는 생활비에서 식비의 비중을 정확히 모르고, 식사 사진 한 장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을 텐데 보이는 것만으로 섣불리 말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참고

1) <월 300 생활비 주는 남편 저녁 식단, 이게 부실한가요?>, 네이트판

2) 책 <혼자 집밥>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