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간에도 서로 예의를 지키고 배려하며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살아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분명히 있는데, 문제 될 모습을 미리 알게 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다행스러운 일 같다. 이해하고 맞추며 살아야 하는 건 맞지만, 예견되는 고통을 일부러 감내할 필요는 없다. 이혼보다는 파혼이 낫고, 이혼에도 늦은 때란 없다.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다를 뿐이다. 헤어지기 전에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이혼은 이혼일 뿐이다
부부는 남이고, 남이 만나서 사는 게 쉬울 리 없다. 살다 보면 서로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고, 다툼이 잦고 그 상태가 오래가면 서로 힘들어진다. 괴롭다면 이혼하는 게 맞고, 결혼 전이라면 더더욱 망설일 이유가 없다. 문제 행동이 서서히 드러나고 반복된다면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바뀔 가능성이 있었다면 상대가 힘들고 고통스러울 정도까지 상황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아니다 싶으면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혼이나 파혼이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다. 잘살아 보려고 노력한 만큼 허무하고 아플 것이다. 그래도 이혼은 이혼일 뿐이다. 부부는 살면서 맞춰가야 할 게 많지만, 모든 걸 다 맞추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중 몇 가지만 맞으면 다들 그냥 사는 것인데, 그 몇 가지가 정말 힘들고 맞지 않으면 헤어지는 사람들이 있는 것뿐이다. 상대방을 억지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결혼 생활이며, 상대가 바뀌길 기대하면 바꾸려는 쪽이 더 고통받게 된다. 상대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맞는 사람을 두고 억지로 좋은 점을 찾아가며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2) 이혼보다 파혼이 낫다
연애 때 싸우지 않는 사람들은 없지만, 결혼 준비 과정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를 함부로 대하거나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더욱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있는데도 결혼하면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결혼한다고 갑자기 없던 책임감이 생겨나거나, 삶의 방식이 한순간에 바뀌는 건 아니다. 살다가 헤어지려면 더 복잡하다. 이혼 절차보다 파혼이 간편하고 기록도 남지 않는다. 결혼하고 불행한 것보다 잠깐의 일정 취소의 번거로움이 차라리 낫다. 사람들은 잠시 수군거리다가 금방 잊는다. 결혼 당일이나 신혼여행 직후에도 헤어지는 세상이다. 지금까지 들여온 시간과 진행 과정을 물릴 수 없다면 결혼식은 그대로 진행하고 신혼여행 가는 것처럼 하고 나서 헤어지는 방법도 있다. 무엇이든 예방이 더 중요하다. 작고 사소한 문제가 반복되면 반드시 큰 문제가 생긴다. 예견이 가능한 사고라면, 통제할 수 있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때라면 미리 막는 게 맞다. 결혼 전에 삐걱거리면 더 큰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상대의 단점이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으면 괜찮다. 하지만 내가 고통스럽고, 상대는 달라질 기미가 없는데 혼자 막연한 기대를 하는 중이라면 과감히 접어야 한다. 되돌릴 수 있을 때 용기 내는 게 낫다.
3) 자녀의 행복할 권리
자녀가 없을 때의 이혼은 연인과 결별하는 것에서 조금 더한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자녀가 있을 때는 양육에 관한 결정으로 고민할 부분이 더 많다. 아이 때문에 이혼 못 한다는 말은 자신의 결단력 부족에 대한 핑계일 뿐이다. 부부간 불화가 심하다면 이혼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이혼 가정의 자녀가 일반 자녀보다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더 많이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받고 있고, 이혼하지 않고 싸우는 집 자녀가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사람들은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온전히 성장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편견을 가지지만, 관련 연구 결과는 실제로 한부모 가정이어서가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아이들이 탈선한 것으로 보았다. 자녀는 부모가 이혼하더라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혼으로 인해 자녀의 삶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자녀를 더 잘 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과 충분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정신적 여유를 갖춘 사람이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맞다. 이혼 이후에 자녀 면접교섭권을 위해서라도 감정이 많이 상하지 않게 어느 정도 왕래할 수 있는 상태로 헤어지는 것이 낫다. 이혼 전 이혼할 의사가 확고한지, 자녀는 누가 키울 것인지, 이혼 후에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 계획이 있어야 한다. 감정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양육권을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4) 이혼에 늦은 때란 없다
통계청의 2018년 혼인 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년 차 이상의 부부 이혼 비중이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자료에서도 60대 이상의 이혼 상담 비율이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황혼 이혼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소설가 이외수, 탤런트 백일섭처럼 졸혼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혼인 관계는 유지하면서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많은 사람이 자유로운 삶의 방식에 공감하고 있다. 졸혼으로 서로 간의 갈등은 줄이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것이다. 졸혼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노인 중 절반 이상이 졸혼에 대해 알고 있으며, 자유롭게 살거나 잠깐 따로 사는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다만 졸혼은 법적 관계의 해소는 아니므로 미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두면 좋다.
참고
1) <소리 지르는 예랑과 파혼하려고 합니다>, 네이트판
2) 책 <당신의 이혼을 응원합니다>
3) 책 <부자의 운>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