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에서 택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택배가 늦게 오면 전전긍긍하게 되고, 주문하면 집 앞으로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그 고마움을 잊을 때가 많다. 우리나라 배송이 워낙 빠르다 보니 만족도에 대한 역치가 높아졌다는 생각도 든다. 주문 당일 배송은 당연한 거고, 늦었을 때 오히려 화를 참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콜센터 직원들은 얼마나 ‘진상 고객(?)’의 등장이 무서울까. 그런 상황에서 한 커뮤니티에서 콜센터 직원의 역대급 대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작성자는 신입이 눈치 없이 해맑다는 걸 지적하기 위해 올린 게시물이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기 달랐다. 통쾌해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런 신입 때문에 골치 아파질 동료나 상사의 입장으로 콜센터 신입을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에 침착하게 이런 경우 쇼핑몰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면 될 일이니, 큰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댓글을 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우리는 3가지 입장이 되어 생각해볼 수도 있다. 우리가 실수한 동료를 대할 때, 그리고 내가 이런 실수를 했을 때, 또는 내가 소비자의 관점에서 콜센터직원의 이런 대응을 접했을 때를 상상해보게 된다.

1.이런 역대급 신입이 나의 동료 또는 직원이었을 때

화가 난 나머지 일단 신입의 잘못부터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무란다고 그 상황이 없어지지 않으니, 다음번에 같은 상황이 생기면 작은 항의를 큰 민원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방법을 함께 모색해보는 건 어떨까. 문제 제기만 하기보다 문제해결, 그리고 앞으로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잘 다독여주면 신입도 감동할 것이다.

2. 내가 이런 실수를 했을 때

나의 좋은 의도가 다른 사람을 화나게 했으니 억울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자신을 안쓰럽게 여겨주지는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회사 전체적으로 이렇게 대응했을 때 어떤 손실이 있었는지 잘 파악하고, 다음번에는 어떤 방식의 대응이 더 좋을지 상사나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렇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고 피드백을 구하지 않는다면 발전은 없다.

3. 내가 소비자로서 이런 대응을 접했을 때

사실 황당하고 화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택배 강국인 건 인정해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도 믿고 있었던 게, 어느 날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하늘을 탓하거나 주위에 화풀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여유를 갖고 생각하면 콜센터 신입직원의 말에 웃어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말 그대로 열 받으면 시원한 거 먹고 속 풀면 된다. 내 소중한 시간을 뭣 하러 콜센터 직원을 붙잡고 화를 내는 데 소비할 것인가. 차라리 쇼핑몰에 배송지연 문제점을 메시지로 남겨놓고, 환불이든 재발송이든 빠른 대처를 해달라고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우리는 때로 다른 데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런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깨진 분풀이를 퇴근 후 서비스가 엉망인 매장 알바에게 푼다든지, 내가 늦잠 자서 지각하게 된 걸 출근길에 유모차를 밀고 지하철을 타는 아이 엄마에게 뭐라고 한다든지 말이다. 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 여유가 없어서다. 그 여유란 자신의 삶을 자신이 컨트롤하는 데에서 나온다. 모두들 삶이 팍팍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유 있는 사람은 돈이 많거나 하하 호호 웃을 일만 있어서 여유 있는 게 아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자세, 삶에서 뭐가 중요한지를 아는 통찰력, 자신의 하루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높은 자존감으로부터 나온다. 짜증 나는 일이 많다면 나 자신은 그 화를 다른 곳에 풀고 있지 않은지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참고 <콜센터 직원의 역대급 대처.twt >, 더쿠

Written by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