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두려운 것일 수 있다. 가만히 있으려는 마음은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불구화라고 하는데, 스스로 장애물을 만들어 시작부터 불리한 조건을 자처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 불구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첫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좋은 기회 앞에서 누구보다 그 기회를 원하지만, 그 기회를 원하는 만큼 제대로 해내지 못할까 두려워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둘째는 이상적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현실이 불공평하니,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계속 생각해 이상적 자아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불리한 상황을 스스로 만드는 실질적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일부러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선택하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우울하고 몸이 안 좋다는 등 자신의 미흡함에 대해 미리 말하며 자존심 상할 일을 막으려는 언어적 형태로도 나타난다. 무심코 걸림돌을 만들어 실패의 원인을 외부 요인으로 돌려 자신의 자존심을 시키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자신이 주로 언제 스트레스를 받고 구실을 찾는지 자각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전과 고난은 발전을 위한 과정이며 실패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습관적으로 피하려 하지 말고 잠시 멈춰 그 감정을 마주하는 것도 좋다. 핑곗거리를 글로 모두 적어 해결할 문제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기 불구화 문제는 주로 체면과 연관되어 있다. 지금의 도전을 마치면 능력이 향상될 거라고 생각을 전환하면 걱정으로 인한 핑계 찾기도 줄어들 수 있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대충 살면 악순환이 반복된다. 인간관계나 일을 미온적으로 대하면 내가 그러니 타인도 나를 그렇게 대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며, 좋은 보답에 대해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탈리아 철학자 글로리아 오리기 교수는 적당히 있으려는 이러한 태도는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경제학적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라 했다. 자원 교환의 분위기가 질 낮게 형성되면 그것을 계속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형편없는 태도와 행동을 보일 테니 너도 기꺼이 형편없는 태도와 행동으로 응대하라’ 혹은 ‘나는 그저 내 인생이 평범하길 바랄 뿐이니 너도 내게 평범함을 요구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라’ 는 식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처음에 자신의 부담을 덜고자 한 것일 수 있고,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 경험 때문일 수도 있다. 스스로 기준을 낮추기 시작했는데 상대 또한 이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 서로 대충 대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안주하면 결국 진정으로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사람과 일, 물건조차 찾을 수 없게 되고 세상을 비관하게 된다. 일부 나태하고 이기적인 사람들 모습 속에서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될 구실을 찾고, 적당히 대충 사는 삶이 자연스럽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잠깐은 부담감 없이 편할 수 있어도 결국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누구든 마음속 깊이 자신의 성장과 자아실현을 꿈꾸고 그것이 충족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자기 대화가 계속 부정적으로 흘러갈 땐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극복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크다면 목표를 낮춰 작은 변화부터 시도하는 것이 좋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자신에게 당당한 나부터 되면 된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무엇이든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어떤 요구를 하는지에 따라 삶의 품격이 달라진다.
참고
1) <아무것도 하기가 싫은 29살, 어쩌죠?>, 네이트판
2) 책 <성숙한 어른이 갖춰야 할 좋은 심리 습관>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