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성 인간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감정적인 반응에 주변까지 휩쓸리거나 의도치 않게 조종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계성 인간을 골칫거리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인격장애는 관계성의 장애이기 때문에 혼자서 극복하기 쉽지 않다. 주변의 관여 방식에 따라 결과 또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곁에 있으면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르고 대응하면 금방 지치거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표면적인 행동에 반응하지 않고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계성 인간은 단일한 장애가 아니라. 공통된 상태를 드러내는 일종의 증후군이다. 배경이나 원인도 다양하며 사람들의 성격과 기질 모두 다르다. 경계성 인간의 원인은 애정이 필요한 시기에 관심과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양육환경, 사회적 체험, 사회구조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보통 과거의 심리적 외상이나 자신을 인정받지 못한 경험들이 원인이 되고, 잠재적 위험들이 어떤 계기로 발생하는 것이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도 사람마다 다르다. 경계성 인간의 특징을 먼저 알아보자.

1) 버림받는 것에 대한 공포가 강하다

거부당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렇게 될 것이라 착각하고 반응하다가 우려했던 대로 되면 역시 자기 생각이 맞았다며 결론 짓는다. 버림받는 것에 대한 강한 불안감을 느낀다. 자기긍정감과 안정감도 결핍되어 있다.

2) 대인관계가 극단적이고 불안정하다

대인관계 변화가 극심하다. 인간관계가 부담스럽고 사소한 것에서도 감정조절이 힘들다. 누군가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진다. 신뢰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여기지만 동시에 언젠가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자리 잡고 있다. 언젠가 버림받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강해지면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잘못된 확신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이 유형의 사람들이 항상 연애 상대나 친구와 싸우고 헤어지며 불안정한 관계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신뢰를 시험하는 초기 단계를 지나 일정한 애착이나 신뢰가 생기면 오히려 그 관계를 소중히 여겨 지키려는 경우가 더 많다. 상대가 끈기 있게 응하기만 해도 안정된 관계가 장기적으로 유지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에서 회복 가능성이 생긴다.

3) 감정의 변화가 극단적이다

감정이 한결같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침울한 성향이 강하다. 하루 중 어느 시점에 푹 꺼지는 일도 많다. 한번 침울해지기 시작하면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다 내팽개치려 한다. 기분 변화의 계기로는 버림받는다는 불안이 생길법한 상황,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등이 있다. 사소한 일에 초조하고 상처에 과잉반응을 한다. 한번 분노하면 다른 생각은 머릿속에서 몽땅 사라져버리고 격렬하게 반응한다.

4) 손해 보는 행위에 자주 빠져든다

약물 남용과 알코올 탐닉, 즉흥적인 성관계나 스릴만 추구하는 연애나 도둑질을 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과식이나 쇼핑 중독도 많다. 과식과 도둑질은 애정 결핍 치유를 위한 대체 행위라 할 수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한 운동이나 무모한 운전에 열중하기도 한다. 죽음을 소망하는 무의식 때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5) 만성적인 공허함

마음에 끊임없이 공허감을 품고 있다. 모든 일이 잘 풀릴 때마저 마음속에는 막연한 허무함이 자리 잡고 있다. 행복하다고 느껴도 될만한 상황에서도 불편함을 느낀다. 행복감에 익숙하지 않아서 오랫동안 지속하는 게 힘든 것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공허감이 더 강해진다. 지금까지 노력해 온 일이나 소중히 여겨온 일도 사소한 실수나 불만으로 전부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일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의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그 사람의 부정적인 태도와 마주치면 공허감은 더욱 강해진다.

6)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다. 그렇다 보니 삶에 대해 위화감을 느끼거나 자신이 있을 곳이 없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직업적인 정체성, 사회적 자아가 없고 사회적 정체성이 있어도 만족하지 못해서 헤맬 수 있다.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거나 어떤 일을 정말 하고 싶어 하는지 헷갈린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도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자주 느낀다. 정도의 차이일 뿐 경계성 인간이 아니어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도전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정체성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경계성 인간은 상태가 좋아졌다 싶다가도 다시 후퇴하는 일이 자주 반복되기도 한다.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하다가 중단하기도 한다. 경계성 인간은 감정 변화가 극심한 만큼 함께하는 사람이 꾸준히 사고 개선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사고 개선을 돕는 방법을 알아보자.

1) 혼자가 아니다

희망을 잃고 마음이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옳은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럴 땐 안심할 수 있는 말을 해주면 좋다. 상태가 좋지 않을 때 꾸짖거나 책임을 물으면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느낌만 더욱 강화할 뿐이다. 세상에 자기밖에 없다는 고독감을 느끼지 않게 늘 곁에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이때는 머리보다 몸과 손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개인 생활을 정비하고 자신만의 규칙으로 담백하고 단순한 생활을 하는 게 좋다.

2) 발상 전환을 돕는다

안 좋은 상태에서는 실패한 과거만 떠오른다.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게 좋다.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눠본다. 강해지기 위한 시련임을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다. 경계성 인간은 심적 외상을 받은 경우가 많다. 과거의 장면이 플래시백 될 때 혼란스러울 수 있다. 과거의 불쾌한 사건과 마주할 때 균형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경계성 인간의 회복 과정은 분열된 자신을 통합하는 과정과 같다. 자신이 아픔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불안이나 공포조절에 효과적인 간단한 호흡법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3) 우수한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경계성 인간은 자신감을 잃은 상태와 같다. 아무리 우수한 점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한다. 장점보다 결점에 집중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불만을 들어줄 땐 좋은 점과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점을 함께 알려주면 좋다. 자기부정을 들어주면서 긍정과 칭찬의 말로 감싸주면, 변화와 성장을 인식하게 만들어 자신감 회복의 실마리를 줄 수 있다. 새로운 목표나 즐거움을 찾고 자신이 쓸모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4) 본인의 가능성을 믿고 말해준다

경계성 인간은 실패하고 상처받을까 두려워한다. 자신의 능력을 낮게 보기 때문에 성공보다 실패의 원인에만 골머리를 썩인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아예 시도하지 않거나 다른 문제를 일으켜 대충 넘기려 하기도 한다. 사실은 노력파이거나 인정받고 싶은 성향도 강하다. 그런 마음을 잘 북돋아 주면 동기부여가 된다. 진심으로 믿어주어야 한다. 과정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해결해가면 되는 과제라 여기도록 한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희망을 품게 해서는 안 된다.

5) 잘 들어준다

공감과 경청은 대화의 기본 태도이지만 변화를 끌어내려면 그 이상이 필요하다. 거울 보기방식이다. 상대의 의도를 확인하고 요약과 정리를 해주는 것이다. 상대의 발언을 요약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표현이 인정받았다고 느끼게 할 수 있다. 자신의 주체성을 회복해가는 방법이 된다.

6) 모든 안 좋은 일에도 좋은 일은 들어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수용방식이다. 어떤 안 좋은 일에서도 반드시 좋은 측면과 배울 점이 관점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경계성 인간은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기 쉬워서 부정적인 결과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자기성찰을 통해 냉정하게 문제를 극복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모든 일은 나에게 필요한 과정이며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고 여겨야 한다.

7) 계기와 원인을 구분

스트레스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계기가 아닌 진짜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눈앞의 스트레스 상황이 아닌 본질적인 문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기분을 마주하고 계기와 원인을 구분하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8) 안 좋은 패턴 찾아내기

경계성 인간은 인지나 반응 패턴에 특유의 습관을 지니고 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개선하려면 그것을 찾아내 기록하고 수정해나가는 일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 반응하는지 사건과 계기를 써보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감정을 느꼈는지 돌아볼 수 있다.

9) 질문하기

안 좋은 패턴을 발견하고 수정할 때 증상에 이름을 붙이면 부정적인 패턴 속에 치우쳐진 사고를 자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편협한 착각이 드러날 때 바로 질문을 던지면 그것이 정말 그런지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과정은 단순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경우도 많다. 점진적으로 서서히 그 생각에서 풀려가는 것이다.

10) 과거와 현재 연결하기

어떤 사람의 행동 패턴은 자연스럽게 과거의 일과 연결되어 있다. 자신의 지난날을 인식하고 정리하면서 문제를 새롭게 자각할 수 있다. 자신을 재점검하며 과거가 현재의 문제로 이어져 왔음을 이해하게 되고 부정적인 경험과 긍정적인 경험을 함께 꺼내게 되면서 자신의 인생을 통합해볼 수 있게 된다.

경계성 인간의 회복은 누군가 곁에서 괴로운 시기를 함께 꾸준히 극복할 때 가능한 것이다. 대부분 그 역할을 부모나 배우자가 했으며, 양쪽 모두인 경우도 있다. 어떤 고비가 있어도 함께 넘기고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끈을 놓지 않을 거라는 마음이 전해지면 내면에 안정감과 신뢰감이 서서히 회복된다. 가장 좋지 않은 대응 방식은 문제가 생겼을 때만 관여하다가 점점 무관심해지거나 방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너무 열정적이어서도 안 되고, 당장 결과를 내기 위해 의욕적이어서도 안 된다. 냉정한 충고를 줄 수 있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것이 좋다. 개선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긴 시간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경계성 인간 자신이 삶을 수용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지고 본래의 나를 찾고 싶다는 의지 역시 강해야 한다. 출구는 반드시 있다.

참고

1) <와이프가 경계성 성격장애 같습니다> ,네이트판

2) 책 <나만 바라봐>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