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평일을 보내고 주말이 되면 누구라도 더 쉬고 싶고 배려받고 싶을 것이다. 분담은 같이 책임을 다하는 것인데 왜 나만 더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을까. 억울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까? 왜 부부는 서로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 마이클 로스 교수와 동료 연구자는 부부의 집안일 분담에 관한 자기 조사 평가를 했다. 몇십 쌍의 부부에게 20가지 활동 목록을 보여주고 각 항목 중 자신이 어느 정도 한다고 생각하는지, 배우자는 어느 정도 한다고 생각하는지 추측해서 대답하게 했다. 목록에는 아침 준비, 설거지, 집 안 청소, 장보기, 자녀 돌보기 등이 있었다. 조사 결과 실험에 참여한 대다수 부부가 20가지 활동 중 16가지 활동에서 자신이 더 많이 한다고 답변했다. 80퍼센트의 활동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 더 많다고 여겼고, 두 사람이 말한 수치를 합하면 100퍼센트를 훌쩍 넘었다.

우리는 자신이 실제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심리적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한 일은 잘 기억하고 다른 사람이 한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자기가 한 일은 머릿속에 금방 떠오르기 때문에 이미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런 차이는 사소한 상황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눈앞에 있는 집안일을 보며 서로 왜 항상 이 일은 자신의 담당인지에 대해 투덜대기도 한다. 평범한 부부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 대다수 부부가 그랬듯, 현실에서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만 억울한 일을 당한다고 느끼기 쉽지만 오해이다. 혼자 손해 보는 일은 일반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가사 분담에 대한 인식이나 사정은 가정마다 다를 수 있고, 조사가 다 담아내지 못하는 현실의 간극도 있을 것이다. 가사 분담에 대해 억울한 마음이 들 때는 자신이 한 일을 더 잘 기억해서 일어나는 심리적 왜곡일 수 있음을 떠올려 보자. 배우자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책임에도 늘 고마워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

1) <맞벌이 부부들 주말 아침 누가 차리나요?>, 네이트판

2) 책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실험>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