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재료로 음식을 해도 요리사의 내공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가 탄생하듯이 독서도 읽는 목적과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을 탄생시킬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그냥 읽기”이다. 이런 경우는 재미로 읽거나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읽은 경우이다. 독서를 전혀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거의 남는 게 없다. 심지어 내가 책을 읽었기 때문에 뭔가를 알고 있다는 오해에 빠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읽지 않는 것만 못하다. 순전히 순간의 즐거움을 목적으로 읽었다면 그냥 읽기도 괜찮다.
두 번째 단계는 “요약하며 읽기”이다. 능동적인 자세로 독서를 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요약을 하려면 핵심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요약이 너무 막막한 사람은 다음같이 생각해보면 된다. 한 문단이 있으면 가장 핵심 되는 단어가 있을 것이다. 그 단어들의 모음이 아주 거친 요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단어들에 적절한 수사를 붙여 한 문장으로 나타내는 것이 본격적인 요약이고, 그 문장들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것이 요약 요리의 완성이다.
세 번째 단계는 “시험을 보기 위해 읽기”이다. 시험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많지만 시험은 최고의 학습도구이다. 첨강만 한 강의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본 과목 간에 학업 성취도 차이는 극명하다. 그래서 독서도 할 때도 지금 읽는 책을 꼭 시험을 보겠다는 마인드로 읽으면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시험이라고 하면 수능이나 토익 같은 아주 정형화된 방법들만 떠올리기 쉬운데 시험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은 자가 시험이다. 사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요약이랑 비슷하다.
하지만 단순 요약은 단기 기억에 의존하는 행위라면, 시험을 본다는 뜻은 독서에서 얻은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변환시키겠다는 의미이다. 또, 독서 모임에 나가는 것도 일종의 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읽고 느낀 점을 말할 수 없다면 굳이 시험의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낙제를 한 것이다. 실제로 유럽 대학에서는 실제 시험으로 구두평가를 많이 진행한다. 이렇게 독서 모임에 자주 나가서 이야기를 하면 발표에 익숙해지고 나중에 업무 면에서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독서 모임의 또 다른 장점은 사람들의 요약 및 느낀 점을 들여다보면서 정답이 여러 개 일수 있다는 사실을 덤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단계는 “가르치기 위해 읽기”이다. 최고 난이도의 읽기다. 세 번 가르친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엄청난 준비가 필요하다. 일단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완벽히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본인은 이해 할 수도 있어도 배우는 사람은 쉽게 이해하지 못 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이해를 넘어선 풍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요약도 단순 요약을 넘어 지식의 전달을 위한 요약은 고도의 추상화 작업이 필요하다. 발표 자료의 요약은 굳이 활자에 국한 될 필요도 없기 때문에 깊게 이해한 만큼 요약의 수준은 천지차이가 날 것이다.
사실 가르치기 위해 읽는 것은 선생님들이나 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예를 들면 졸업 논문 심사도 학생이 교수에게 자신이 연구한 것을 설명하는 발표의 장이고, 회사에서 상사에게 발표하는 것도 우리가 진행한 업무를 알려주는 행위이다. 충분히 준비가 잘 되어있고 내용 장악이 완벽하면 멋진 발표가 될 것이고, 어설프게 알고 있으면 한 번의 질문에 모든 게 무너져 세상이 하얗게 보이는 그런 상황을 경험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독서를 해도 그 내용을 친구나 가족에게 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읽자. 그러면 본인도 수동적을 독서를 할 때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체득할 수 있고, 타인도 지식을 시식 할 수 있어서 본인의 삶과 인간관계 모두가 풍요로워지는 마법을 경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