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한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마음의 문을 닫고 옹졸하게 산다면 그만큼 비좁아지고 옹색해진다. 마음을 활짝 열고 누군가에게 친절하고 사랑한다면 그만큼 자기 자신이 선한 기운으로 활짝 열리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면 나 자신이 기뻐지고, 누군가를 언짢게 하거나 괴롭히면 내 자신이 괴로워진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메아리이다. 마음의 뿌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그렇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도 만족할 줄 모른다. 이것이 현대인들의 공통된 병이다. 그래서 늘 목마른 상태이다. 겉으로는 번쩍거리고 잘 사는 것 같아도 정신적으로는 초라하고 궁핍하다. 크고 많은 것만을 원하기 때문에 작은 것과 적은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 살뜰함, 사랑스러움과 고마움을 잃어버렸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아름다움, 살뜰함, 사랑스러움 그리고 고마움에 있다. 나는 향기로운 차 한 잔을 통해서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 내 삶의 고마움을 느낄 때가 많다. 산길을 지나다가 무심히 피어 있는 한 송이 제비꽃 앞에서도 얼마든지 나는 행복할 수 있다. 그 꽃을 통해서 하루의 일용할 양식을 얻을 수 있다.

또 다정한 친구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전화 한 통화를 통해서도 나는 행복해진다. 행복은 이처럼 일상적이고 사소한 데 있는 것이지 크고 많은 데 있지 않다.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서 늘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사는 집의 부엌 벽에다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 라고 낙서를 해놓았다. 단순함과 간소함이 곧 본질의 세계이다. 불필요한 것들을 다 덜어내고 꼭 있어야 할 것과 있어야 되는 것으로만 이루어진 어떤 결정체 같은 것, 그것이 단순과 간소이다.

꼭 있어야 되는 것으로만 이루어진, 복잡한 것을 다 소화하고 난 다음의 어떤 궁극적인 경지이다.

단순과 간소는 다른 말로 하면 침묵의 세계이다. 또한 텅 빈 공(空)의 세계이다.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이 이 단순과 간소에 있다. 우리는 흔히 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텅 비우려고는 하지 않는다.

텅 비워야 그 안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텅 비어야 거기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 우리는 비울 줄 모르고 가진 것에 집착한다. 텅 비어야 새것이 들어찬다.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 바로 극락이다.

참고: 《산에는 꽃이 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