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지면서 파편화된 갈등 또한 많아졌다.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주장이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한다. 자신의 주장에 논리가 부족한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고 공론화한다. 오류 정정과 사과로 인정하고 끝낼 일을 논란거리로 만든다. 표현의 자유가 역효과를 본 셈이다.

칼럼니스트 허지웅은 자신의 인스타에서 틀림을 회피하고,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숨는 태도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뇌는 본능적으로 쉬운 방법을 선택한다. 판단의 오류를 수정하고, 새로운 행동을 하기보다 과거에 살던 습관대로 계속 살아가기를 원한다. 책 《분열의 시대》는 이것을 ‘어트랙터’라고 부른다. 어트랙터는 어떤 시스템에 의해 생각이 굳어져, 변화에 저항하는 패턴을 뜻한다. 치킨이 건강에 해롭다는 진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맛있으니까 오늘 밤에도 시켜 먹고, 폭력을 행사하는 가족, 연인이 인생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진실을 알면서도 가족의 품, 연인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어트랙터에 해당한다.

어트랙터는 갈등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낄 때 가장 크게 작용한다. 진위를 밝히기보다, 공감 위주의 위안을 원한다. 진실을 회피하면서 내 편, 너의 편을 나누어 갈등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트랙터는 점점 강해지고, 사소했던 문제가 점점 커져 다루기 힘든 양극화로 자리 잡는다. 사회 분위기는 내 편과 다른 주장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져, 같은 편끼리 똘똘 뭉치고, 방어하고, 비난하고, 공격한다.

다른 주장도 개방적으로 받아들일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우리 대 그들’로 생각이 파편화되는 원인을 찾고, 새로운 대안을 알아낼 필요가 있다. 책 《분열의 시대》는 정체성 논리에 과몰입하는 현실을 극복할 5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자신의 사고 습관을 버려라

자신을 지배했던 생각 패턴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유 없이 대화하다가 불편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사고 습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성 차별적 생각을 가졌거나, 정치적 편견을 지녔다는 사실을 말이다.

둘째, 문제를 단순화하라

논란이 벌어진 상황이 어떤지 자세히 알아보고,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단순화하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갈등을 단순화하는 게 우선임을 기억하자.

셋째, 함께 움직여라

다른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함께 하자. 사람들과 함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애쓸수록, 서로를 공감하고 연민하고, 갈등을 해결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넷째, 적응하라

갈등 해결은 상당한 주의와 적응, 길고 지루한 대립이 이루어진다. 지난한 의견 충돌에 적응해야 한다.

다섯째, 지원하라

갈등을 해결할 수 있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 보자. 혼자 보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세상은 더 유익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는 조급하며, 즉각적인 만족에 익숙한 시대를 살고 있다. 빨라진 생활 패턴만큼 깊이 생각할 시간을 잊어버렸다. 갈등을 대하는 자세 또한 마찬가지다. 문제의 원인을 찾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문제에 대한 신속한 해결책을 기다린다. 그래서 ‘사이다’와 ‘정체성’ 논리가 등장했다. 갈등을 해결하고, 새로운 신뢰를 구축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한다. 결국, ‘인내’만이 당면한 갈등을 해결할 유일한 열쇠일 것이다.

참고: 허지웅 인스타, (링크)

책 《분열의 시대》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