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향년 96세로 세상을 떠났다. 전 세계가 여왕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영국 국민은 한 세기를 풍미했던 여왕의 업적을 기리며 예우를 표했다. 엘리자베스 서거 후 각종 커뮤니티에서 여왕의 대관식 당시 사진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화 장면처럼 여왕의 대관식은 화려했다.

왕족이 존재했던 영국은 왕족의 이름을 따서, 정한다. 언론인이자 BBC방송 진행자인 앤드루 마르는 2020년 펴낸 저서에서 영국의 현시대를 엘리자베스 시대라고 칭했다. 그러나 과거에도 엘리자베스 시대가 있었던 만큼, 신 엘리자베스 시대라고 부르는 예도 있다.

세기를 뒤흔들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 존재할 때,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시대 이름을 정한다. 일본의 경우 일왕의 즉위 기간 따라 시대 이름을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시대 이름을 정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대, 중세, 근대라는 개념은 르네상스 시대 역사가 레오나르도 브루니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후 역사가들은 이것을 바탕으로 고대 후기, 중세 전기, 중세 성기, 중세 후기, 르네상스, 근세, 계몽주의 시대, 낭만주의 시대, 기나긴 18세기 등 수많은 하위 범주를 붙였다.

그러나 특정 이름으로 시대를 구분할 때 그 기준이 모호하다. 문헌이 될 수도 있고, 종교, 건축, 예술, 언어, 정치, 군사 기술, 과학 발전, 개발, 제국 등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준 때문에 제 1차 세계대전 같은 큰 사건이 발생한 기간이 바뀌기도 한다.

영국인들이 가장 그리워하던 ‘빅토리아 시대’ 또한 혼란스럽다. 영국인이 알고 있는 빅토리아 시대는 1837년~ 1901년이지만 당시 기술 격차가 컸던 만큼 학자마다 빅토리아 시대를 두고 열띤 논쟁이 일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재임했던 20세기는 광란의 20년대, 대공황 시대, 스윙의 60년대, 디지털 시대 등 다양한 시대로 나뉘었다.

시대 이름은 미래 역사가들이 현재를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과연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를 미래인은 어떻게 평가할까? 자연환경을 해칠 정도로 기술을 남용하고, 기후 변화를 앞당기고, 양극화로 자본주의의 위기를 맞으며, 전 세계적인 인구 과잉에 처참하게 대응한 시대로 평가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참고: 엄청나게 화려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jpg, 더쿠(링크)

책 《경이로운 역사 콘서트》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