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직장생활 자체가 힘들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지만 하나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와 동료, 그리고 후배가 있고, 사내 정치에 목숨 거는 사람들 때문에 일 다운 일하지 못할 때가 있다. 혼자서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고,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상사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요 프로젝트에서 제외되는 일도 있다. 매일같이 전쟁처럼 온갖 일이 벌어지는 회사이다 보니 월급쟁이 직장인은 하루에 몇 번씩 사표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한 커뮤니티에서 훈훈한 감동 사연이 화제가 되었다. 대기업을 그만두겠다고 아들이 어머니께 카톡을 보낸 내용이다. 일반적인 부모라면 그냥 참고 회사 다니면 안 되겠냐며, 남들 보기 창피하다는 식으로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핀잔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어머니의 반응은 달랐다. 말뿐일지라도 충분히 위로되는 내용이었다.

살면서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때 필요한 것은 ‘믿음’‘지지’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는 누군가에게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인이 있어야 그다음 발길을 어디로 옮길지 생각할 수 있다. 자기를 믿어주고, 선택을 지지할 때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어머니의 카톡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구나.’를 내포하고 있다. 행동에 이유가 있다는 말은 ‘너는 항상 옳다’라는 본래의 뜻이다. 이것은 확실한 ‘내 편 인증’을 뜻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책 《당신이 옳다》의 저자 정혜신은 “가장 절박하고 힘에 부치는 순간에 사람에게 필요한 건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이다.”라고 말하며 객관적인 조언을 해 주고 싶다면 상대의 선택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들이 어머니한테 대기업을 그만두겠다고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까. ‘나는 부모님께 효도를 못 해드릴망정 왜 이러고 있냐?’라고 혼자서 자책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아들의 마음을 눈치채고 판단하는 대신, 아들에게 ‘내 편’이 되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쩌면 아들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어머니 덕분에 다시 마음 잡고 직장생활을 이어 나가거나,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퇴사 후 인생을 잘 설계했을 것 같다.

인생에서 ‘내 편’이 있음은 모든 것을 다 잃고, 일어설 의지가 다 사라졌을 때 다시 살게 하는 힘을 실어준다. 잃었던 의지도 만들어주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한다. 《당신은 옳다》는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냉정한 충고를 하기 전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을 지니길 권한다.

“사람은 괜히 집을 나가지 않으며 괜히 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런 얘기를 꺼냈을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백 가지 이상은 찾아본 이후다.

그래서 나는 먼저 그 마음을 인정한다. 그런 마음이 들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그러니 당신 마음은 옳다고.

다른 말은 모두 그 말 이후에 해야 마땅하다. 그게 제대로 된 순서다. 사람 마음을 대하는 예의이기도 하다.”

참고: 대기업 그만두겠다니까 엄마가 보내온 톡, 이토랜드(링크)

책 《당신이 옳다》

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 SBS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