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주 52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한다. 정말 몸 갈아서 일하는 직장인은 주 70~80시간까지 일한다. 그러나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 대부분이 주 7일 70시간을 일했다. 여름휴가가 전부였고, 당시 교통도 불편해서 명절 때 하루 전부를 도로에서 보내야 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스마트폰, 컴퓨터도 거의 없었던 터라, 모든 일을 사람 손으로 해야만 했다. 당시 ‘체력이 국력이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을 정도로, 고도 성장 시기에 우리나라는 사람이 자원이었다.

한 커뮤니티에 90년대 직장인의 일과가 화제가 되었다. 아침 6시 40분에 수영과 테니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지옥철을 타고 출근하고,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회사에서 근무하고, 끝나고 영어 학원에서 어학 공부를 했다. 대체 잠은 언제 자는지 궁금할 정도로 전 국민이 미친 듯이 살았다. 그중 당시 직장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한 인터뷰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9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는 앞으로 잘 살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전 국민은 국가가 잘 살기 위해서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밤샘, 주말 근무는 물론, 회사를 위해서 가정도 팽개칠 정도로 나라 발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커뮤니티 댓글은 아무리 고도성장 시기라도 저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저런 환경에서 일주일만 일해도 도망갔을 거라고, 90년대 자체가 독한 자만 살아남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자신이 사는 시대가 가장 불행하다고 말한다. 유튜브에 떠도는 옛날 영상을 보면서 ‘그때가 좋았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편향적인 사고방식이다. 과거에 밝은 면만 보고, 어두운 면을 보지 못한 데서 일어난 인지적 오류다. 범죄율, 기술 발전 속도, 업무 환경, 보건 개선 여부를 다룬 통계만 봐도 지금이 가장 살기 좋은 시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지 체계는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것을 가용성 편향이라고 불렀다. 특정 주제, 개념, 방식, 또는 결정에 대해 평가할 때 마음속에 떠오르는 즉각적인 예시에 기반하여 ‘짐작’하는 현상을 뜻한다. 기억에 가용성 편향이 개입되면, 자신이 경험했던 사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단정 지을 위험이 있다. 세대 갈등도 가용성 편향이 작용해서 벌어진 사건 중 하나다.

기성세대는 후진국 – 고도성장 – 저성장 시대를 모두 겪은 입장에서 젊은 세대에게 충고하고, 젊은 세대는
저성장 시대의 문제점을 두고 기성세대의 주장에 반기를 든다. 서로 완전히 다른 관점을 토대로 주장하기 때문에 세대 갈등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90년대 직장인의 일과는 젊은 세대가 ‘꼰대’라고 부르는 기성세대가 어떻게 직장생활을 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영상은 얼마나 기성세대가 치열하게 살았는지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사는 방법이 100% 옳은 건 아니다. 날마다 새로운 일이 생겼고, 사람이 많이 필요하던 고도성장 시기나 가능할 법한 일과다. 그러나 이 영상은 기성세대가 ‘왜’ 그렇게 조언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맥락적으로 사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완전히 옳은 삶의 방식은 없다. 그때마다 최상의 것을 찾으며 시대와 발맞춰 살아갈 때, 세대 간 갈등을 줄이고 공감하고, 화합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영상을 보고 부모님 세대가 어떻게 살았는지 들여다보고, 나라 발전을 위해 열심히 살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는 건 어떨까.

참고: 독기 가득한 90년대 직장인들, 에펨코리아 (링크)

무섭고 독했던 K-직장인 24시 Vlog, KBS 옛날티비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