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 때문에 어릴 때 혼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냥 맛이 없어서 안 먹는 것뿐인데 어른들이 왜 안 먹냐고 타박한다. 어른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몸에 좋은 건데 왜 안 먹어? 배가 불렀구먼.” “내가 어릴 땐 이것도 제대로 못 먹었어. 억지로라도 먹어.” “이거 지금 안 먹으면 오늘 간식은 없어. 그렇게 알고 있어.” 등 아이에게 가혹한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런 말을 했던 어른들은 아이들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기준으로 아이의 입맛을 판단하고, 교육이라는 명목아래 아이에게 폭력적으로 군 듯싶다. 결국, 입맛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벌어진 거라 본다.

한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게시물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이들이 안 먹는 음식 중 하나가 잔반 처리 비빔밥이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어른들이 남은 반찬을 한꺼번에 넣고, 고추장, 참기름을 넣는 게 너무 싫었다. 가뜩이나 맛없는 나물인데 그걸 한꺼번에 넣고 비비다니… 정말 끔찍했다. 어른들이 비빈 밥을 찡그리며 먹는 아이의 기분이 어땠는지 알 것 같다.

댓글은 ‘어른 되니까 알아서 비벼 먹게 되었다.’ ‘애들은 입맛이 예민해서 나물 쓴맛을 싫어한다.’ ‘어른들은 늙어서 채소의 쓴맛을 못 느낀다’라고 말하며 아이와 어른 사이 입맛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입맛을 결정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적인 영향, 부족한 영양을 채우려는 몸의 신호, 환경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책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은 입맛을 결정짓는 첫 번째 요소가 ‘유전자’라고 말한다. 만약 아이가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투정 부리는 것이 아닌, 유전자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유전자에 문제가 있으므로 편식한다고 보면 된다.

만약 부모가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지녔다면, 아이도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지닐 확률이 높다. 반대로 부모가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지녔다면, 아이도 채소 반찬을 선호하게 된다.

아이가 나물 먹기를 거부하고, 당근, 브로콜리 같은 채소를 싫어한다면 부모의 입맛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모 자신이 젊었을 적 어떤 입맛을 가졌는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매일같이 고기, 라면, 술 위주로 끼니를 때웠다면 자녀의 식습관을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는 외부 환경에 의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아이에게 가공식품을 주는 대신 달콤한 과일을 주고, 고기와 채소를 적절히 섞어 쓴맛을 줄여서 주고, 쓴맛이 나지 않는 채소부터 준다면 언젠가 아이의 입맛은 바뀔 것이다.

유전자는 복잡하다. 그래서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무조건 아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다. 특히 직장에서 누군가의 입맛을 두고 판단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당근을 먹지 않는 후임에게 상사가 뜬금없이 “당근 안 먹어? 어휴… 젊은 친구가 저렇게 음식을 가려서 되겠어?”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매우 무례한 행동이다. 기억하자. 입맛은 유전자가 결정한다. 특정 음식을 못 먹는 상대를 절대 비난하지 말자.

참고: 애들은 안먹는 음식, 루리웹(링크)

위대한 유산, MBC

책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