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누가 들어도 알 만한 기업에서 엉뚱한 제품이 생산된다. 국내에서 똑똑한 사람들만 입사한다는 기업인데, 시장에 출시된 결과물이 형편없을 때가 있다. 오랫동안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했던 소비자들은 무시당하는 기분마저 든다.

한 커뮤니티에 ‘출시 하루 만에 발주 중지된 버터샌드’ 게시물이 화제가 되었다. 대체 담당자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제품명을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어쩌면 나름 MZ세대 직장인 감성을 자극하고자 ‘주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이름을 지은 게 아닐까 싶다.

댓글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재밌었다.’ ‘주식 안 해서 그런가, 그냥 웃긴데?’ 같이 아이디어를 참신하게 봤다면, ‘뼈아프다.’ ‘저거 먹으면 내 주식이 사르르 녹아서 없어질 것 같다.’ ‘선 넘었다.’ 같이 아이디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쿠키를 생산했던 회사는 이전 제품에서도 재치있는 제품명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직장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이름을 사용해, 팍팍한 일상에 지친 직장인에게 작은 웃음을 선물했다.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정도의 유머로 말이다.

하지만 최근 버터 쿠키 제품명은 살짝 과했다. 마치 평소 친구들 앞에서 눈물 날 정도로 잘 웃기던 개그맨 지망생이 정작 개그맨 시험 당일 감독 앞에서 더 잘해보려고 욕심낸 나머지 말도 안 되는 개그를 날려 분위기를 싸하게 한 상황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었던 사람들은 바보가 아닐 것이다. 각자 분야에서 평균 이상으로 전문성이 있고, 자신이 맡은 일을 이해할 만큼 똑똑한 구성원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쿠키를 생산했던 업체는 국내 유명 대기업이었다. 왜 이처럼 말도 안 되는 논란이 벌어졌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하건대, ‘집단사고’가 큰 영향을 미쳤을 듯싶다.

‘집단사고’는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바보 같은 결정을 하게 만든다. 개인보다 전체를 우선순위로 두는 문화에서 개인은 집단과 다른 주장을 하기 어렵다. 괜히 말했다가 회사 전체의 비전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원 대부분은 상급자가 지시하면 불안해도 가만히 있는다. “윗사람도 나름 고민해서 한 말이겠지 뭐~” 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왜 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냥’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마무리 과정에서 사고가 날 위험이 점점 커진다. 만약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진다면, 반대 주장도 진지하게 경청할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사고 위험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상한 점’을 말하지 않고 침묵한다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뭔가 이상하지만 예정대로 제품은 시장에 출시되고, 시장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엄청난 손해를 보고, 심할 경우 이 과정에서 유능한 직원들이 대거 그만두는 결과를 맛본다. 다음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우리 팀이 집단사고에 빠진 건 아닌지 점검해보길 바란다.

첫째, 집단의 획일성을 강조한다.

둘째, 반대 의견을 억압한다.

셋째, 리더가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한다.

넷째,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제안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인다.

다섯째, 모두가 동의하는 의견을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

여섯째, 생각이 달라도 침묵을 지킨다.

참고: 출시 하루만에 발주 중지된 버터샌드, 더쿠(링크)

책 《당신만 모르는 일의 법칙51》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