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뻗으면 달콤한 음식을 쉽게 접한다. 일하다가 당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사탕, 젤리, 설탕 듬뿍 넣은 라떼를 계속 먹는다. 요즘 설탕은 다이어트의 적이자, 건강에 해로운 물질로 여긴다. 그래서 각종 기업은 설탕을 뺀 음료와 간식을 생산하면서 단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덜고 있다. 그런데 불과 300년 전까지 설탕은 상류층만 먹던 귀한 식재료였다. 대체 어떻게 설탕은 지금처럼 흔하고 값싼 재료가 되었을까?

설탕
현재는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흔한 식재료지만
불과 300년 전만 해도 상류층만 먹을 수 있는 고귀한 몸이었다.

설탕은 보통 사탕수수에서 얻는데 사탕수수는 열대기후에서만 자라는 작물이라
온대기후나, 냉대기후인 지역에서는 재배할 수 없어 이 지역에서는 설탕을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설탕을 사탕수수 말고도 다른 작물에서 얻을 수 있는데

바로 사탕무에서 설탕을 추출할 수 있었다.
사탕무는 온대기후나 냉대기후에서 잘 자라는 작물로
18세기 중반까지는 가축 사료나 빈민들이 먹는 작물이었지만

독일의 화학자 마르그라프가 현미경으로 사탕무 조각을 보던 중 사탕무에
당 성분이 있는 걸 발견한다.
사람들은 이때부터 사탕무에서 설탕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마르그라프의 제자이자 프로이센의 과학자였던 프란츠 아카드는 스승의 연구 결과를 이어받아
직접 여러 사탕무 종자들을 재배하면서 이론을 현실화하려고 노력했지만, 농장이 불타는 등
여러 악재가 겹쳐서 실패하나 싶더니

프로이센의 왕이었던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의 후원을 받아 재정적으로 여유가 생겼고
결국 1801년 사탕무에서 설탕을 추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그의 사탕무 공장은 나폴레옹 전쟁에 휩쓸려 또 한 번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사탕무 정제 기술에 가장 관심 있던 인물이 나폴레옹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주요 설탕 생산지인 아이티가 독립하고 대륙봉쇄령으로 사탕수수 수입이
막혔기 때문에 사탕수수 없이도 설탕을 뽑아낼 수 있는 사탕무 정제 기술이 떡상한것
나폴레옹은 아카드에게 과학자들을 보내어 제조법을 알아 오게 했는데 아카드는 이들에게
제조법을 알려주는 대가로 어떤 보상도 받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가 거지가 되어가며 사탕무 제당법을 개발했던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설탕의 달콤함을 누릴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순수한 열정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심지어 영국의 사탕수수 농장주들이 찾아와서 엄청난 돈을 주며
사탕무 제조법을 파기해달라고 부탁까지 했으나 아카드는 거절했다.
아카드의 사탕무 정제 기술로 사탕무의 수요가 늘어나서 지금은 전 세계 냉온대 지역에서
사탕무 재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양은 현재 사탕무에서 추출한 설탕이
전 세계 설탕 수요의 20%라는 어마어마한 양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그 열정과는 다르게 결국 그는 파산하여 가난 속에서 늙어 죽었다.
인류가 설탕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 해피엔딩 스토리의
뒷배경에는 씁쓸한 뒷이야기를 남긴 셈이다.
독일 화학자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인류는 설탕 구경을 하기 힘든 세상에 살았을 것이다. 그가 설탕을 값싸게 생산했던 원동력은 돈이 아니었다. 바로 ‘모든 인류에게 달콤함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라는 목적이었다. 그가 설탕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이러한 일을 해야 할 분명한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연구를 마칠 수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 온전히 몰입한다. 사명감을 지닌 채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흔들리지 않는 태도로 전념한다. 이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이전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게 아닐까 싶다. 개혁가 제이콥 리스는 변화를 일으키려면 다음과 같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바위를 두드리는 석수를 보아라. 100번을 두드려도 실금 하나 가지 않다가 101번째 망치질하는 순간 바위가 쩍 하고 둘로 갈라진다. 그러나 이는 101번째 망치질의 결실이 아니라, 지금까지 두드린 100번의 망치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변화는 서서히 이루어지기보다, 한꺼번에 느닷없이 찾아온다. 독일의 화학자 프란츠 아카드의 헌신 덕분에 우리는 설탕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내가 원하던 꿈을 이루고 싶다면 설탕 연구에 평생을 바친 프란츠 아카드처럼 명확한 목적의식을 지니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신에게 전념하기를 바란다.
참고: 인류가 설탕을 값싸게 먹을 수 있었던 이유, 이토랜트(링크)
책 《전념》
이미지 출처: Pexels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