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걸 즐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건널목에서 몇 초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보는 건 지루함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루함을 한시도 참지 못하는 이들일수록 지루함이 가진 장점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지루함이 가진 생각지도 못한 장점 3가지에 관해 지금부터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째, 지루함은 뭔가를 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다
무관심과 지루함은 언뜻 보기에는 비슷한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큰 차이가 존재한다. 무관심과는 달리 지루함에는 뭔가를 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있다. 쾌락 불감증 환자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무관심한 사람은 관심이 없지만 지루해하는 사람은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인간의 뇌는 너무 어려운 내용을 접할 때도 집중력이 떨어지지만 이미 알고 있는 쉬운 내용을 접할 때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쉬운 내용에서는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업무를 하면서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면 자신 안에 좀 더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너무 어려워도 지루할 수 있지만 너무 쉬워도 지루하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자신의 도전 수준과 기술의 부조화에 눈을 뜨게 되지 않을까?
둘째, 지루함은 선택의 갈림길이라는 신호다
지루함은 몰두하고 싶은 욕구를 채우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태는 불쾌한 감정이고 행동을 자극한다. 이때 어떤 행동을 하느냐는 우리 몫이다. 지루함을 느끼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눌러보거나 스크롤을 내리며 재미있는 요소를 찾을 수도 있다. 아니면 부정적인 요소에 의존할 수도 있고 세상을 공격할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을 쏟을 수도 있다. 지루함은 의미를 되찾으려는 욕구에 불을 붙인다. 의미를 되찾으려는 시도가 긍정적인 행동이나 결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파괴적인 활동으로 이어질지는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루함은 현상이지 좋고 나쁨이 아니다
지루함이라는 감정 자체는 유익하거나 유해하지 않다. 지루함을 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그런데 이때 내가 지루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면 한가한 상태에 계속 머물거나 지금보다 인터넷 의존도가 심해져도 괜찮다고 착각할 위험이 있다. 끊임없이 마음이 이리저리 옮겨갈 때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일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또다시 지루함에 쉽게 빠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 잠깐의 지루함을 해소하는 얕은 방법들을 거부하는 일이다. 그런 방법 대신 자신의 몰두 욕구를 제대로 채워줄 진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자신이 어떤 일에 몰입했을 때 진정한 충족감을 느꼈었는지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루함이란 감정에서 회피하지 말고 지루함과 정면으로 마주 보려고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1) 지루함의 심리학, 제임스 댄커트/ 존 D. 이스트우드
2) 초집중, 니르 이얄
3) 전념, 피트 데이비스
4) 이미지 출처 : 드라마 <눈이 부시게>
Written by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