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가 많아진 요즘 김장하는 가정이 드물다. 김장하지 않아도 마트, 전통시장에 가면 손쉽게 김치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날 어른들은 ‘그래도 김치는 직접 해 먹어야지’ 생각하며 어떻게든 김장을 강행한다. 수십, 수백 포기씩 배추를 절여놓고 온 가족을 불러 김치를 담근다. 가뜩이나 평소 일하느라 피곤한데 이런 행사까지 감당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시댁 김장이라면 며느리 입장에서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가족끼리 조용히 쉬고 싶은데 쉴 시간을 빼앗긴 기분마저 든다.

한 커뮤니티에 결혼 후 처음으로 100포기 김장했다는 사연이 화제다. 김장 때문에 남편, 시댁과 갈등을 겪은 내용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사연 속 시어머니는 ‘고생한다. 힘든 일은 우리 아들에게 맡겨라’ 말하며 처음 김장하는 작성자를 배려했다. 시어머니 말씀에 감동한 작성자는 ‘몸은 너무 힘들고 아팠지만, 마음은 든든해진 김장이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았다’ 속담이 어울리는 사연이다. 시어머니는 작성자의 수고를 당연히 여기지 않고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이렇듯, 상대의 마음을 생각하는 말 한마디는 고된 노동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따뜻한 말의 중요성을 잘 모른다. 생각없이 아무렇게나 말을 하고, 인격을 모독하는 말 까지 하며 자기 뜻대로 행동하지 않는 상대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내가 고생한 만큼 너도 똑같이 고생해야 한다는 고집마저 보인다.

<말그릇>은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말을 아무렇게나 쏟아내는 사람을 ‘말그릇이 좁고 얕다’고 표현한다. 이들의 특징은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겪은 억울한 일, 어릴 때 받은 상처를 회복하지 못한 채 몸만 자란 나머지, 남을 배려해서 말할 만큼 여유가 없고, 나이답지 않은 미성숙한 행동을 보인다. 반대로 ‘말그릇이 넓고 깊은 사람’은 상황과 사람, 그 상황과 사람을 바라보는 자신의 처지까지 고려해서 말할 줄 안다. 말 한마디에 무게가 있고 따뜻함과 기품이 묻어나온다. 사연에 소개된 시어머니처럼 말이다.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공감’이 뒷받침되어 있다. 상대가 지금 무엇을 원하고, 어떤 고민이 있는지 들여다볼 줄 안다. 나의 상황과 상대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배려해 말을 건넨다. 한번 자신의 말 습관을 되돌아보자. 사람을 모으는 말을 하는지, 아니면 사람을 떠나보내는 말을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말을 멈추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져보자. 이렇게 한다면 어느 순간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 결혼후 첫김장 100포기…, 네이트판(링크)

2) 책 <말그릇>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