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실패를 겪은 뒤 자존감이 낮아진다. 세상에서 쓸모없는 존재인 것 같고, 멍청하고,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비난을 하며 실패한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러다 무기력과 후회로 빠져든다. 하지만 실패를 겪어도 자존감이 손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다. 다시 일어날 수 있게끔 응원해주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한 커뮤니티에 ‘회사 잘린 아빠와 수능 망한 아들의 상하차 알바’ 이야기가 화제다. 제삼자가 볼 때는 매우 절망적인 상황이다. 아버지는 당장 가족들을 먹여살릴 방법이 없어졌고, 두 아들마저 수능을 망쳐 미래가 더 암울해졌다. 부자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일단 택배 상하차 알바를 같이 해 보기로 한다.

글만 읽어도 유쾌함이 느껴진다. 평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좋았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힘든 시기를 겪어도 주변에 의지할만한 사람이 있으면 이겨낼 힘이 생긴다. 아빠와 아들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큰 실패를 겪었다. 그러나 부자는 실패한 상황에 갇혀 우울하거나 좌절하기보다, 나름대로 생계를 이어갈 방법을 물색했다. 비록 상하차 일이 힘들어서 도망쳤지만 다른 일로 암울한 시기를 잘 극복할 것 같다.

대부분은 실패를 겪을 때 사람을 만나지 않고 고립된 삶을 선택한다. 혼자서 실패로 인한 부정적 감정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틀린 말이다. 외로움을 선호할수록 우리의 지적 능력이 줄어들고, 자제력을 떨어뜨리며 지능 지수도 낮추며 업무 능력도 저하될 위험이 있다. 그리고 트라우마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어 작은 감정적 자극에도 큰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고, 면역 체계마저 저하한다. 실패했다고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산다면 결코 실패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힘들수록 우리는 적극적으로 ‘진정한 친구’를 찾아 나서야 한다. 허물없이 지내는 사연 속 아버지와 아들처럼 모든 비밀을 공유해도 괜찮은 그런 친구 말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람을 찾고 싶다면 먼저 ‘나의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욕구’를 알아야 한다. 서로에게 도움 되는 인간관계는 ‘각자의 욕구를 채워주는’ 형태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거나, 다른 각도로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단, 어느 한 사람이 자신의 모든 욕구를 채워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상대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도움을 청하고 지지를 구하는 일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결코 혼자서 모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찾아온다. 그러니 한번 ‘사회적 연결망’을 만들어보자. 사람을 만날 곳은 곳곳에 널려있다. 여러 모임에 참석해 가치관이 통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경험을 해 보길 바란다. 이렇게 한다면 실패를 겪어도 큰 타격을 입을 일이 줄어들 것이다.

1) 회사 짤린 아빠와 수능 망한 아들 2명의 택배 상하차, 웃긴대학(링크)

2) 이미지 출처: 응답하라 1988, tvN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