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구매할 때 특정한 기준이 없으면 쉽게 과소비를 한다. ‘1만 원만 더 구매하세요! 사은품을 드립니다’ ‘1+1 이벤트. 하나를 구매하면 또 하나를 드려요’ ‘20분 뒤 세일 마감합니다. 놓치지 마세요!’ 같은 광고에 속는다. 부자들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면 소비 기준을 정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새 돈이 사라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커뮤니티에 ‘신차 구매 시 걸린다는 병’ 게시물이 화제다. 자동차를 새로 뽑을 때 ‘조금만 더 보태면… 이것만 더 보태면… ‘을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자칫 방심하다간 경차를 뽑으려다 값비싼 외제 차를 뽑을 우려가 있다고 한다.














댓글은 ‘저러다가 제일 큰 버스도 살 듯’ ‘첫차 경차로 사려다 그랜저까지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 적 있다’ ‘본인이 필요한 차를 사는 것이 가장 좋다.’ 같은 반응을 보이며 자동차를 살 때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우리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 선택하기 힘든 환경에 살고 있다. 물건을 여러 개 고르다 눈이 높아져, 결국 분수에 맞지 않은 물건을 사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순간의 유혹을 견디지 못했던 대가는 참담하다. 월급과 맞먹는 카드 청구서, 각종 할부, 물건을 관리하기 위한 부수적인 비용까지.. 감당하기 힘든 악순환에 사로잡힌다. ‘조금만 더 보태면….’ 이 쌓이고 쌓여 파산할 정도의 빚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장기적 사고’에 취약하다. 미래의 보상보다 현재의 즉각적인 만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조금만 눈을 낮춰 소득수준과 맞는 자동차를 사들인다면 앞으로 차량 유지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될 일이 줄어든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한다. 더 많은 옵션을 추가하면, 더 값비싼 브랜드를 선택하면 평생 만족하면서 운전할 거로 생각한다. 마치 5살 아이가 부자가 되는 계획표를 세우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역사가 끝났다는 착각’이라 부른다. 과거보다 자신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는 예민하게 인지하면서, 미래에 자신의 성격이나 욕망, 목표 등이 변할 수 있음을 과소평가하는 것을 뜻한다.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우리의 허술한 의사결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우리가 내리는 의사결정은 ‘미래의 나’라는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늘 기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10대 시절 큰돈을 들인 타투를 지우는 데 큰돈을 쓴다. 중년들은 젊어서 서둘러 했던 결혼의 이혼을 서두른다. 노인들은 중년에 얻으려 노력한 것을 잃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식이다.”
어떤 물건을 구매할 때 결정하는 자신을 완전히 믿어선 안 된다. 우리는 유혹에 취약하고, 까딱 잘못하면 과소비의 늪에 빠지기 쉬운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동차처럼 큰돈이 들어가는 물건을 사기 전 ‘나는 얼마나 자주 이 물건을 사용할지’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이 물건을 유지하는 데 소득의 몇 퍼센트를 쓰는지’ 같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합리적인 선택을 하길 바란다.
1) 신차 구매시 걸린다는 병.jpg, 뽐뿌(링크)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