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관계는 ‘소통’이 중요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속담처럼,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상대는 오해해서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 내가 선한 의도로 말했다 쳐도, 상대 입장에서는 상처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과 소통할 때 ‘내 기준’을 들이대기보다, ‘너도 좋고 나도 좋은 대안’이 무엇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한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이야기다.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사귄 남성분이 사연을 올렸다. 첫 데이트에서 식사 메뉴를 고르다 여자친구 반응이 없자, 자신의 기준에서 가장 무난한 삼겹살집을 데리고 가서 밥을 먹었다. 밥 먹는 내내 여자친구의 표정은 좋지 않았고, 이후 단답형으로 카톡 했다고 한다.


댓글은 ‘그냥 먹고 싶은 것 이야기해라. 남자들은 잘 모른다. 예전 여자친구가 뭐 먹을지 말 안 해주고 다 싫다 해서 정말 힘들었다.’ ‘연인이든 부부든 오래가는 사람들은 서로가 원하는 거 다 말하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다 상의한다.’ ‘선택 장애는 고치기 힘들다’ 같은 말을 하며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은 여자친구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남자분은 연애가 처음이지만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취향대로 메뉴 선정을 한 것이 조금 부족했지만, 그래도 식사 후 여자친구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밥 종류 먹고 싶다’라는 말만 하고 아무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오늘은 첫 데이트니까 분위기 좋은 데서 밥 종류 먹고 싶다’라고 ‘구체적인’ 힌트를 줬다면, 남자친구가 메뉴를 고르는 데 어려움을 덜 느꼈을 것이다. 근처 ‘감성’ 맛집을 검색해 밥을 먹으면 되었으니 말이다.
연애 중 겪는 이러한 불협화음은 이성을 향한 잘못된 기대에서 비롯된다. <러브 팩추얼리>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접했던 미디어에서 이성에 관한 ‘비현실적인 기준’이 생긴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동화 속 왕자 같은 인물이 자신의 모든 변덕을 들어주는 ‘로맨스’에 길들었고, 남성들은 자신의 성적 만족을 충족시키는 ‘포르노’에 익숙한 환경에서 살아왔다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남성과 여성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며 책은 언급한다.
모든 연인관계는 미디어와 달리, 매일 완벽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성격, 취향, 가치관, 사소한 습관 같은 문제로 갈등을 겪을 일이 수없이 발생한다. 내 말을 있는 그대로 순종하는 상대 혹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든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상대는 현실에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만약 상대가 내 뜻대로 군말 없이 모든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그녀는 자존감이 낮거나, 불만을 참고 있는 거라 보면 된다.
<러브 팩추얼리>는 사랑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로맨틱한 사랑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의 관계를 끝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더 많고, 치료 요법 같은 게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는 덜하며,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는 경우도 적다. 그리고 이들은 관계에 덜 헌신적이고 덜 집중하며 덜 만족스러워한다.”
상대가 내 뜻대로 맞춰주길 원한다면 결코 건강한 연인관계를 이어나갈 수 없다. 오히려 서로에게 독이 될 뿐이다. 미디어에서 접한 ‘완벽한 사랑’을 자신의 연인에게 기대할수록 그 사람의 진짜 가치는 제 빛을 발하지 힘들 것이다. 그러니 비현실적인 기대는 접어두자. 대신 상대와 ‘인간 대 인간’으로 관계를 쌓아나가는 데 집중해보자. 이렇게 한다면 서로에게 둘도 없는 사이가 될 것이다.
1) 여친 개삐졌는데 왜삐졌는지 좀 알려주라.jpg, 웃긴대학(링크)
2) 책 <러브 팩추얼리>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