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위는 ‘책임져야 할 일’을 압축한 단어다. 그런데 일부는 직위를 자아와 동일시해 타인을 억압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데 사용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직위 남용은 바로 ‘갑질’이다. 상대가 나보다 힘이 없다고 생각하면 폭군으로 돌변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 한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말이야 여기 국회의원 친구야!”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문자 일부분도 전형적인 직위 남용 사례다. 어떤 전후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전교 회장 학부모’ ‘아파트 위원회 대표’ 같은 직위를 남발하며 누군가를 겁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투를 쓴다’라는 관용어가 있다. 벼슬자리에 올라간 이후 위세를 떠는 행동을 뜻한다. 직위가 없을 때는 조용히 살다가 OO 회장, OO 위원회 대표같이 ‘있어 보이는’ 권력이 생기면 갑자기 잘난 척을 하고, 허세를 부리기까지 한다. <권력의 원리>는 권력을 얻은 후 사람들이 변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힘을 얻고 나면 으레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공감 능력이 줄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동시에 충동성이 심해지고 나는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파고든다.”

개인이 힘을 많이 가졌다고 느낄수록 많은 일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보다 힘이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과한 요구를 하고, 스스로가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라는 ‘과대망상’에 빠진다. OO 대표인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권력의 원리>는 힘은 소유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힘의 근본적인 위력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그것에 대한 접근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OO 대표의 힘은 관련된 사람들까지만 영향을 미친다. 그와 상관없는 사람들은 이 사람이 대표인지, 일반인인지 하나도 관심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식당에서 ‘내가 누군데!’ 행패를 부려도 다들 짜증만 낼 뿐 권력에 따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권력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권력을 잃은 사람은 남는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것을 예방하려면 권력이 있을 때 ‘공감’‘겸손’의 태도를 지녀야 한다. 나의 처지를 생각하는 만큼 타인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지식이 한계가 있고, 항상 배워야 한다는 사실 또한 인정할 필요가 있다.

1) 엄청난 스펙의 진상손님 ㄷㄷ.jpg, SLRCLUB(링크)

2) 이미지 출처: 비밀의 남자, KBS

3) 책 <권력의 원리>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