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어른이지만 어른이 아닌 사람들이 있다. 심리학 용어로 ‘내면아이’라 부른다. 이들은 어릴 적 상처를 회복하지 못한 채 그대로 어른이 되어, 성숙하지 못한 태도로 다른 이에게 상처를 준다. 특히 이들이 부모가 되어버리면, 그 상처는 고스란히 자식에게 대물림된다.

한 커뮤니티에 ‘딸을 불행하게 살게 하는 방법’ 게시물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도 꽤 많은 부모가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녀의 정서적 지지를 주는 부모가 아닌, 부모 자신의 결핍을 채우는 대상으로 자녀를 상대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자녀는 미성숙한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오은영 박사의 저서 <화해>는 이런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들에게 ‘자책’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어린 자녀의 역할은 부모의 지지를 받고, 사랑과 존중 가운데 성장하는 것뿐이라 말한다. 어릴 적부터 자녀에게 책임을 지우는 건 매우 모순적이고, 미성숙한 가정의 형태라 일컫는다. 덧붙여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일수록 부모를 책임져야 할 부담감을 내려놓고 어린 자신이 감당해야 했던 버거운 삶을 먼저 인정하고, 상처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다.

또한 <자존감의 여섯기둥>은 유년 시절에 힘들었던 상황에 주목해 내가 그동안 잃어버린 것과 필요했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상처들을 차분히 추론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상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의도치 않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지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존감의 여섯기둥>은 일그러진 자존감, 내 뜻대로 통제되지 않는 성격, 자녀에게 원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대물림할까 두려운 사람들에게 다음 질문에 답하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1) 가정에서 당신은 분명한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까? 아니면 회피하고 부정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까?

2) 당신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지적인 능력을 기르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습니까?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가정이었나요?

3) 당신의 부모는 당신에게 복종을 권했습니까? 아니면 자기 책임을 장려했습니까?

4) 당신은 혼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마음 놓고 자기표현과 자기주장을 할 수 있었습니까?

5) 당신은 자기표현을 하면 창피를 당하게 될지 모른다고 배웠습니까?

6) 부모님은 당신이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자기 생각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정신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도록 전적으로 격려해주었습니까?

7) 당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부모님이 이야기하는 당신의 모습이 일치했습니까?

8) 당신은 스스로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은연중에 격려를 받았습니까?

9) 부모님은 당신을 조종하거나 통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끼게 했습니까?

10) 당신은 부모님이 당신 편이고, 당신의 장점을 지지한다고 느꼈습니까?

11) 부모님이 가치나 만족을 얻기보다 고통이나 반대를 피하는 쪽으로 생각하게끔 부추겼습니까?

12) 자존감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가정이었습니까?

13) 당신은 세상을 악의로 가득한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까?

14) 부모님은 당신이 새로운 도전과 배움의 기회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까?

15) 당신은 자신의 몸과 성적인 발달을 행복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지지받는다고 느꼈습니까?

16) 부모님은 당신이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시키려 했습니까?

어릴 적 상처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직면’이다. 자신의 어두운 단면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힘들었던 자신을 위로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내면의 고통에서 벗어나, 트라우마의 대물림을 끊어낼 수 있다. 그러니 따로 시간을 들여 앞서 소개한 질문에 솔직히 답하길 바란다. 이렇게 한다면 조금이나마 자신의 아픈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딸을 불행하게 살게하는 방법, 82cook(링크)

2) 이미지 출처: 붉은 달 푸른 해,mbc

3) 책 <화해> <자존감의 여섯기둥>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