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시간표, 업무 일지, 회의록, 보고서 등 기록은 우리 일상에서 꼭 필요한 활동이다. 뇌는 상황을 제한적이고,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특징이 있어 기록하지 않으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vs ‘저는 못 들었는데요?’ 같은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억의 ‘왜곡’을 막으려면 어쨌든 반강제적으로 ‘기록 덕후’가 되어야만 한다.

지금까지 ‘기록물 끝판왕’으로 평가받는 자료가 있다. 바로 ‘조선왕조실록’이다. 실록의 자세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하다. 다음은 실록에 등장한 재미있는 일화다.

친히 활과 화살을 가지고 말을 달려 노루를 쏘다가 말이 거꾸러짐으로 인하여 말에서 떨어졌으나 상하지는 않았다. 전하께서 좌우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사관이 알게 하려 하지 말라” 하였다.

그렇다면, 왜 조선왕조실록은 자세하게 쓸 수 밖에 없었을까? 방송 <최강 1교시>에 출연한 임용한 역사학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조선 초기는 이렇다 할 기록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실록을 기록하는 사관은 일단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적어보기로 했다. 조선 중기, 후기로 시간이 흐르며 왕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형태는 전통이 되었고, 후임은 당연히 할 일로 여겼다. 그 결과, 조선왕조실록은 당시 임금의 생활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되었다.

커뮤니티 댓글은 ‘인수인계 없이 그냥 일했는데 그게 형식이 되어버림’ ‘역시 나무위키의 민족’ ‘일 가르쳐 주는 사람 없었으니 알아서 창조할 수밖에 없었음’ 같이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기억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배운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계획을 잊지 않기 위해, 사람들과의 기억력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 기록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따로 시간을 들여 기록하는 건 엄청 귀찮다. 그러나 기록조차 하지 않으면 그때 내가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사람을 만났고, 어떤 중요한 대화를 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게다가 기록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면 자기 객관화가 부족해, 결국 시간과 상황에 끌려다니는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자 한다면 일기쓰기, 계획표 작성 같은 기록 시간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초생산성>은 ‘주간 프리뷰’를 하며 자신의 한 주를 미리 정리할 것을 강조한다. 업무나 개인 일과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미리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책은 6가지 방법을 활용해 계획을 세울 것을 권한다.

1) 이번 주의 승리 떠올리기

사소하게나마 칭찬할 일을 떠올려보며 자신이 성취한 일을 기록해본다. 평소 습관이 들지 않았다 해도 의도적으로 생각해내어 쓰는 것이 좋다.

2) 이번 주 결산하기

이번 주에 주요 업무를 얼마나 진행했는지 알아보고, 무엇이 효과가 있었고, 효과가 없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앞서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무엇을 지속하고, 발전시키며, 시작하거나, 중단할 것인지 정리해본다.

3) 할 일 목록과 메모 검토하기

밀린 업무부터 검토한 후, 위임한 업무를 검토한다. 그리고 지난 한 주간 쌓인 메모를 다시 정리하며 놓친 아이디어나 업무가 있는지 점검한다.

4) 목표, 프로젝트, 행사, 회의, 마감 기한 확인하기

다가오는 행사와 임박한 마감 기한을 날짜별로 정리해 일을 실행할 순서를 정한다.

5) 주간 빅3 정하기

주도적인 마음가짐으로 ‘주간 우선순위’를 정한다.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일 위주로 빅3를 만든다. 이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절대 빅3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한다.

6) 회복 계획하기

수면, 식사, 운동, 대인관계, 놀이, 성찰, 일 플러그 뽑기 시간을 미리 계획한다. 누구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따로 떼어야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

기록은 추억이 될 수도, 변화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한 번 시간을 들여 자신만의 기록을 남겨보자. 어디서부터 시작할 지 모르겠다면 앞서 소개한 주간 계획부터 세워보자. 이렇게 한다면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니 말이다.

1) 조선왕조실록이 엄청 자세한 이유.jpg, 웃긴대학(링크)

2) 이미지 출처: 최강 1교시, KNN

3) 책 <초생산성>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