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커뮤니티에서 억지 끼워 맞추기 달인의 글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과하게 억지로 끼워 맞추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 글쓴이의 글을 보며 나는 불현듯 MBTI가 떠올랐다. 최근에 MBTI가 다시 주목받으며 너도, 나도 재미 삼아 자신의 유형을 공유하고 있다. 재미로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성격유형 검사 결과를 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다. MBTI가 만들어진 놀라운 역사를 다룬 책 <성격을 팝니다>를 읽고 느낀, MBTI를 맹신하면 안 되는 이유 세 가지를 다뤄보려고 한다.

첫째, 우리는 모든 걸 쉽게 구분하고자 한다.

우리 뇌는 인지적 구두쇠라 모든 걸 구분하고자 한다. 그래서 복잡하고 불확실한 걸 매우 싫어하는데 MBTI는 대중적이면서도 쉽고 간단하게 불안감을 해소해준다.

둘째, 성격은 상호배타적이지 않다

우리는 이중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상황과 맥락에 따라 때론 즉흥적이었다가도 계획적이 될 때도 있다. 성격을 보면 그 사람의 언행을 예측할 수 있는데  사람은 상황에 따라 언행을 바꾸는 경향이 더 강하다.  즉 사람은 처한 상황에 따라 반응이 다르니 설문에 답하는 것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셋째, 평균주의식 사고에 매몰될 수 있다.

메타인지를 올리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이 어떤 걸 잘하고 잘못하는지 아는 건 앞으로의 성장에 중요하다. 하지만  MBTI와 같은 유형 검사에만 의존한다면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를 없애는 것과 같다. 토즈 로즈는 <평균의 종말>에서 사람의 성품 역시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주의한다. 맥락을 무시한 채 사람의 성품은 변하지 않는 천성이라는 식으로 꼬리표를 단다면 평균주의식 사고에 매몰될 수도 있다.

우리는 상대방을 쉽게 이해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신도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이유는 소속감과 안정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가능성에 한계를 긋거나 상대방을 오해하는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안타까운가. 우리는 변화하고 성장 가능한 존재다. 그렇게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만이 성장의 열매를 얻을 자격이 있다. 그러니 구분 짓기 쉽다고 자신과 타인을 몇 가지 고정된 유형으로 지레 판단하고 분류하며 오해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참고

1) <에타의 흔한 독심술사.jpg>, 웃긴대학

2) <성격을 팝니다>, 메르베 엠레

3) <평균의 종말>, 토즈 로즈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Written by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