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는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독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독을 감내할 정도로 효능이 좋기 때문에 보양식으로 사랑받는다. 기력이 없을 때 특식으로 복국을 즐길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잘못된 건강 상식을 접한 일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복어를 손질해 먹다 사망하는 사례도 종종 등장한다.

한 커뮤니티에 인간을 절대 이해 못 하는 생물 1위 게시물이 화제다. 따지고 보면 복어는 인간이 못 먹는 생선인데, 다들 어떻게든 손질해서 먹으려는 집념을 보인다고 한다. 이런 글을 보면 괜히 인간이 자연의 일인자가 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사피엔스의 멸망>을 살펴보면,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보다 개선점을 찾아 적응해나가는 존재라 일컫는다. 단순하지만 혁명적인 기술로 바다를 항해하고, 옷을 만들고, 불을 피우면서 다른 어떤 포유류보다 멀리 이동할 수 있었다. 또한 다른 종과 비교해 다채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렇듯, 인류는 변화를 추구하는 능력 덕분에 신체적으로 연약하지만, 지능, 창의력, 언어 같은 정신적인 면을 발전시키며 세상을 지배했다.

또한 혼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집단의 힘을 이용해 지식, 생각, 계획을 공유하며 시련을 극복했고, 이것을 후대에 전수해 지적 유산을 남겼다. 이렇게 수십 명이 아닌 수만 명이 세대를 뛰어넘어 협동하고, 오랜 시간 동안 생각을 보존하고 발전시킨 덕에 우리의 지식과 문화는 조금씩 성장했다. 평균 수명은 늘고, 기아와 빈곤은 줄었으며, 사회 제도는 개선되고, 전쟁보다는 평화와 가까운 삶이 되었다. 물론 환경문제, 빈곤해결, 정치적 문제, 경제문제 등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의 세상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혁신이 있었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아주 일상적이고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것만 더 잘 보는 성향이 있는 터라,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을 더 주목해서 살핀다. 하지만 우리는 수십만 년 동안 이룬 셀 수 없이 많은 혁신의 수혜자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만약 먼 조상들이 복어가 독이 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복어를 먹었을 것이다. 이것을 손질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않았더라면 복어는 보양식 재료가 아닌 생명의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현재 아무렇지 않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 매 끼니 먹는 음식 등을 잘 관찰해보자. 나의 삶에 이런 물건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혁신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당연한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을 때 세상을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보는 안목이 생기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1) 인간을 절대 이해 못하는 생물 1위.jpg 루리웹(링크)

2) 책 <사피엔스의 멸망>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