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는 거의 모든 일에서 상대를 인정하며 의사를 완곡하게 전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아무리 맞는 이야기라도 직설적이면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심리학자 밀턴 에릭슨이 처음 만나는 사람과 구축한 라포의 핵심은 ‘너는 지금 잘하고 있다’, ‘네가 맞다’, ‘너는 잘못되지도 이상하지도 않다’라고 전한 것이다. 대화의 목적은 관계를 더 친밀하게 하고 성과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소통의 핵심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나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건들지 않고 원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법을 알아보자.

1) 사람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을 향한 마음의 벽은 자기부정을 회피하기 위함이다. 자기보호 본능이나 열등감일 수 있고 경쟁의식이나 과거의 상처를 투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한 행동이 지적당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사람은 눈앞의 엄청난 이익을 놓쳐도 자기부정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자존심과 고집을 부리다가 끝내 손해를 보기도 한다. 내가 가진 거부감을 알아야만 다툼으로 감정을 소진하지 않는다. 자기부정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누군가의 말을 따르는 것에 반발심이 들 수 있어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하는 게 효과적이다. 상대가 틀렸거나 부족하다는 것을 계속 증명하려 하면 다음에는 절대 말을 듣지 않으려 할 것이다.

2) 상대의 주체성 살리기

전하고 싶은 말을 단정하기보다 질문으로 바꾸면 좋다. 질문의 실질적 의미보다 대답을 고민하는 동안 질문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질문은 상대방의 주체성을 존중하고 부담을 줄여준다. 상대의 거부감은 주체성 상실에 대한 거부감이다. 서둘러 자신의 말을 전하려 할수록 설득과는 멀어진다. 충언했다가 숙청당한 수많은 신하들의 역사가 그것을 말해준다. 소통에서 내용보다 중요한 건 소통한 시간이다. 상대의 말이 틀린 것 같아도 집중해서 듣고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상대의 의견을 그대로 들을 때 세상일을 온전히 알고 가장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상대의 반응을 인정할 때 내 의견도 부드럽게 전해질 수 있다.

3) 우리가 말을 하는 진짜 이유

우리가 말하는 진짜 이유는 상대가 들어주길 바라서가 아닐 때가 많다. 하고 싶은 말을 뱉어내는 쾌감에 열중하는 게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외부에 표출하면서 느끼는 시원한 감정을 카타르시스라 한다. 매번 동일한 건 아니며 듣는 사람의 반응에 따라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 대화는 얘기하면서 뭔가를 확실하게 배우거나 자기 안에 쌓인 걸 분출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결국 내가 상대의 카타르시스를 어느 정도 터트려주는지에 따라 상대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대화의 방향성은 가르침이나 수다가 아니라 상대가 얻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게 도움이 된다.

4) 보장해야 할 두 가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의미 있으려면 상대에게 두 가지를 보장해야 한다. 발언의 자유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이라는 안도감이다. 내 의견은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경계는 스스로 뭔가를 신나게 말할 때 풀린다. 상대의 취향을 파악해 먼저 이야기하게 하면 좋다. 무작정 배려한다고 대화가 잘 이어지는 건 아니다. 상대는 아는데 나는 잘 모르는 분야라면 깊은 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누리고 해오는 경험을 다 해보면 좋겠지만 경험을 따라가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공통 화제 없이도 이야기를 풀어가려면 세심하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

5) 부정적인 피드백에 반응하는 법

말을 꺼낸 사람은 무시할 생각이 없었더라도 듣는 상대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른다. 부정적인 반응과 상황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의미 있는 대화가 진전될 수 없다. 사이가 급격히 틀어질 수도 있다. 타인이 나에게 어떤 말과 반응을 보이든 그 말을 부정하지 말아본다.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 관계가 나에게 의미 있다면 조금은 감내하며 좋게 만들려고 노력해볼 수 있는 것이다. 상대가 내 의도와 다르게 반응해도 다시 긍정적으로 다가갈 때 상대의 마음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거부감을 일으키는 단어에 주의해서 상대의 언어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6) 누구나 결핍이 있다

같은 대우에도 더 잘해주지 않는 것에 민감해하는 사람이 있고 그 에너지로 일에 더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각자 마음이 결핍이 달라서 반응이 달라지고 소통의 차이가 생겨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인정에 매달리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무시당할 때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뭔가 부족한 사람은 지금 그 부분에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다. 필요를 느껴도 시간 투자는 또 다른 문제다. 누군가의 다르고 서툰 부분을 너그럽게 볼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대화에서는 내 의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찰이 우선되어야 한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내면에 충족되지 못한 결핍이 있다. 그 결핍을 찾고 치유해 주는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7) 위의 위는 언제나 존재한다

외면이나 무시, 모멸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받을 때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좋지 못한 방법이다. 인간관계를 자신의 사회적 위치나 힘으로 누르려 해서도 안 된다.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힘이 없고 약할수록 소통법을 알아야 한다. 나보다 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있고 위에는 언제나 위가 있다. 증오는 지혜롭지 못한 감정이다. 사회적 힘을 엄청난 노력과 운으로 기른다고 해도 자신보다 더 힘 있는 사람은 어디든 있다. 분노로 접근하면 다시 같은 입장만 반복되는 것이다. 화를 조절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상대 밀어내느라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거나 정말 괜찮은 정보인데 왜곡해서 들으면 나에게도 다시 손해일 수 있다.

8) 그대로의 모습

다른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으면서 훌륭한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남을 따라 하지 않으면서도 상대가 쓰는 기술의 좋은 원리를 참고하는 것이다. 대화할 때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결국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내 입장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 의견에 부드러운 동조를 하면 상대는 자신의 감정과 신체적 반응을 적절히 드러내게 된다. 가장 자연스러운 내가 되어 상대를 안심시키고 상대와 일치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대화를 위해 얼마나 고민하느냐에 따라 영향력과 호감도가 결정된다.

9) 사람을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늘 상대가 나와 비슷하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 나와 맞지 않을 때마다 포기하는 마음으로 관계를 내려두는 사람은 좁은 세계 안에서 살 수밖에 없다. 사람을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건 그런 충격과 발상의 전환을 얼마나 받아들이는지에 달린 것이기도 하다. 인간관계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며 대화는 언제라도 어긋날 수 있다. 평가가 아닌 상대가 나에게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지 알고 애정으로 바라보는 세심한 습관이 필요하다. 인간적인 매력은 관용에서 나온다. 상대의 반응은 늘 다를 수 있다고 여기면 좋을 듯하다.

참고

1) 나 이 화법 겪어본 적 없는데 진짜 대박인 것 같음, 인스티즈 (링크)

2) 책 <밀턴 에릭슨의 우회 대화법>

3) 이미지 출처: 월간집, JTBC (링크)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