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광대축소 수술 중 실수로 환자의 두개골을 절개하고도 세 시간 넘게 방치해 숨지게 한 성형외과 의사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다수의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다.
최근 해당 의사에 대한 2심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이 선고되어 또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해당 판결에 대해서는 “의사면허 있으면 면죄부 수준”, “의사는 뭘해도 무죄 내지 집유”, 등 네티즌들의 비판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故 신해철씨 사망사건에서도 집도의가 업무상과실치사로 1심 판결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여론이 굉장히 악화되었던 적이 있다(해당 사건의 2심 및 3심에서는 의료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인정되었고, 결국 실형 1년이 확정되었다).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 의사가 실형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업무상과실치사죄’ 자체의 형량이 단순 살인죄에 비해 극히 낮다. 살인죄의 경우 사형, 무기징역, 5년~30년 사이의 유기징역이 형량으로 정해져 있으나,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경우 1개월~5년 사이의 금고형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형량으로 정해져 있다. 사람을 고의로 죽인 것과 실수로 죽인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형량에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단순 과실치사죄의 경우 1개월~2년 사이의 금고형이다).
둘째, 명백한 과실이 아닐 경우 의사의 의료과실을 인정받기가 어렵다.
셋째, 의사의 업무상과실에 대해 가혹하게 규제할 경우 위험수술 등을 기피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사회적 위험분배 차원에서 과도한 형벌을 지양해야한다는 관점이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들이 있지만, 국민의 법감정은 이와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의료법 위반의 경우에만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제기된다. 의료법 위반이 아닌 업무상과실로 환자를 죽게한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시킬 수 없는데 이것이 과연 정당하냐는 것이다.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들이 민사소송 등 법적 절차를 이용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의료소송은 난이도가 복잡하고 판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료과실이 쉽게 인정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유가족들이 경제적, 시간적으로 매우 힘들어질 수가 있다.
최근 20. 8. 31.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사 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 악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의 요지는 의료법 위반이 아닌한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의사면허가 취소되지 않는 2,000년 개정 의료 악법을 다시 개정하달라는 것이다.
업무상과실치사죄의 형량이든,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면 의사면허가 취소되지 않도록 규정한 의료법 규정이든, 아니면 의사협회 내부의 징계절차든, 현 상황과 제도가 적절한가에 대해 다시금 논의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 이윤수 변호사
참고
1) 중앙일보, <실수로 두개골 절개하고 방치…환자 사망케한 의사에 ‘집행유예’>, 2020. 1. 16.
2) 연합뉴스, <신해철 집도의 징역 1년 확정…”의사 과실로 사망”>, 2018. 5. 11.
3) 뉴스1, <실수로 두개골 절개하고 방치…환자 죽게한 의사 2심도 집유>, 2020. 9. 5.